경제·금융

쌍용그룹:3/자카르타시 콘라드센터(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21C 인니 최대 복합빌딩 건설” 부푼 꿈/현지업체와 제휴 시공서 마케팅까지 “완벽호흡”/1만여평에 아파트·오피스타워·호텔 등 대역사/“완공땐 동남아건축시장 장악 디딤돌” 큰 기대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이미지를 첫눈에 알아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곳만큼 신­구가 복잡하게 산재한 곳도 드물다. 시내 중심 도로 주변엔 초현대식 인텔리전트 빌딩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겉모습」에 불과하다. 샛길로 20미터쯤만 들어서면 20년전 모습이, 좀더 작정하고 걸을라치면 1950년대 한국적 상황까지 연출하는게 자카르타의 속모양새다. 이를테면 한국의 광화문 네거리 사이로 50년 이상의 풍경이 산재돼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그러나 앞으로 10년이면 찾기 힘들 것같다. 자카르타의 중심지인 수디르만노. 여기엔 지금 자카르타를 21세기형 도시로 만들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른바 「수디르만 도심개발사업(일명 SCBD 프로젝트:Sudirman Central Business District Project)」. 수디르만 주변 13만6천평(24개 구역)을 초현대식 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이 프로젝트의 총 투입비용은 45억달러, 시공에 소요되는 비용만도 25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단일 개발계획으로는 동남아 최대규모인 셈이다. 2007년 SCBD 프로젝트의 완성과 함께 자카르타를 「미니 싱가포르」로 만들겠다는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복안이다. 쌍용건설의 「콘라드 인터내셔널 센터(총사업비 6억5천만달러)」는 바로 이 대형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수디르만노 남쪽 부지 1만여평에 조성중인 콘라드 센터의 공사현장엔 이제 기초공사가 한창임을 보여주듯 곳곳에 대형 크레인의 작업소리로 굉음이 가득하다. 쌍용이 콘라드 센터옆에 건설, 막바지 작업중인 오피스 타워의 20층 높이에서도 콘라드 센터의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란 불가능하다. 오피스타워를 책임지고 있는 김세연 소장은 콘라드 센터 주변 늪지대를 가리키며, 『콘라드센터가 완공될 즈음 이 나라 대부분 관공서가 이곳에 밀집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카르타의 모든 행정과 사업부문이 콘라드 주변에 집중되는 셈이다. 연면적이 11만2천평으로 인도네시아 최대의 복합건물이 될 것임을 반영하듯, 콘라드에 들어설 건물도 다양하다. 힐튼계열의 호텔체인인 콘라드호텔(지상 45층, 6백89객실)을 포함, ▲외국인용 아파트(1백30세대) ▲39층 규모의 쌍둥이 오피스타워(3만5천평) ▲상가 및 지하주차장(지하 6층, 4만4천평) 등이 여기에 들어설 예정이다. 쌍용건설 자카르타지사의 전석구 지사장은 『쌍용이 싱가포르의 래플즈시 프로젝트를 완공해 싱가포르 건축시장을 움켜쥐었듯, 콘라드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의 건축시장 장악을 위한 디딤목이 될 것』으로 장담했다. 1978년 창립한 쌍용건설이 이듬해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여년만에 이곳 시장 장악을 눈앞에 둔 것이다. 쌍용의 동남아 공략을 총지휘중인 정해길전무(52)가 진단하는 콘라드센터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정전무는 『콘라드 센터는 쌍용이 그간 동남아 건축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품질 ▲인맥의 사실상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전지사장 역시 『쌍용이 화교와 인맥을 쌓아왔던게 이번 사업을 따내게된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인정했다. 정전무와 전지사장의 설명은 쌍용그룹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아시아중장기 경영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김석준 회장은 당시 아시아 전략과 관련, 『창의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프로젝트 기획능력만 있다면 얼마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산업에서 진정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기존의 단순 입찰이 아닌, ▲프로젝트의 기획과 ▲자본투자 ▲시공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일종의 「패키지 딜」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오너의 이같은 의지는 곧바로 콘라드에 투영됐다. 쌍용은 지난 1월 현지 부동산개발업체인 JIHD사와 손잡고 콘라드센터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 2억3천만달러 규모의 합작회사인 AG사에 쌍용측이 투자한 금액은 2천7백만달러(11.62%). (주)쌍용과 쌍용건설이 각각 5.87%와 5.75%를 투자했다. 자본뿐 아니다. 두 회사는 이번 공사를 위해 정보의 수집 및 분석, 공사시공, 운영관리, 마케팅 등 일사분란한 보조를 취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이 그룹내 두 회사에 의해 완벽하게 호흡을 이룬 것이다. 전지사장은 이를두고 『그룹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대표적 경우』로 해석했다. 그룹차원의 관심은 이곳에 동원된 인력 규모로도 판별된다. 현재 콘라드센터를 위해 이곳에 근무중인 한국인은 50명. 해외 건축공사에 이정도의 인력이 파견, 근무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현지인수는 더욱 엄청나다. 상근요원 2백명을 포함, 일일 가동요원이 2천여명에 이른다는게 전지사장의 설명이다. 이번 사업에 대한 「윗전」의 관심이 각별하다면, 중하위 관리층은 콘라드센터를 쌍용의 「상징물」로까지 내다보는 분위기다. 회계부문을 맡고있는 이계훈 과장은 『이번 사업에 회사생활의 사활을 걸고 있다』며 사뭇 비장한 태도까지 엿보였다. 「콘라드 신화」를 일궈내고자 하는 쌍용인의 얼굴에 웃음만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허종석 과장은 『국내업체간 과다경쟁으로 「떠밀리다시피」싱가포르 시장을 떠났던 전철을 이곳에서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짐짓 우려를 나타냈다. 장사가 된다싶으면 너나할 것없이 몰려들어 제살깎아 먹기를 연출하는 한국기업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전지사장의 말대로 『건설시장내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특화분야를 개척하는게 필요한 셈』이다. 콘라드 센터는 이제 앞으로 3개월후면 본격공사에 들어간다. 그리고 1999년 12월 자카르타의 심장을 뚫는 역사는 마무리된다. 금세기 자카르타 시내의 모습이 콘라드에 의해 새롭게 매듭지어지는 것이다. ◎인터뷰/전석구 쌍용건설 자카르타 지사장/“이번 공사 쌍용의 자본·기술·신뢰 집결판… 발전소·정유 진출도 고려” 쌍용건설의 전석구 자카르타 지사장(49)은 자카르타 생활만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한다. 그룹내에서는 『자카르타를 알려면 전지사장을 찾으라』는게 상식이다. 그런 전지사장도 오랜 해외생활에 지친듯, 얼굴에 조금은 피곤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그를 찾아 콘라드에 관해 질문을 던질때에는 2시간 가까이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이번 공사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먼저 콘라드 센터의 건축 의의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콘라드 센터는 지난 20여년간 쌍용이 축적한 모든 기술과 신뢰, 자본의 집결판이다. 이번 공사가 성공리에 마무리될 경우 쌍용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건축현장을 연결하는 튼튼한 삼각벨트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서는 메콩강 개발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권은 이제 말기에 들어서고 있다. 정정불안이 예상되는데 사업에 영향은 없겠는가. ▲인도네시아는 근본적으로 군인과 경찰력이 지배하는 국가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쌍용은 특히 화교와 강한 인맥을 맺고 있다. 때문에 콘라드 공사를 진행하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으리라 본다. ­쌍용은 건축에 비해 엔지니어링 분야가 취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결국 이곳 시장을 장악하는데 쌍용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을텐데. ▲맞는 말이다. 건축은 회사의 「얼굴」일뿐 돈은 별로 벌지 못한다. 쌍용이 플랜트 사업을 적극 추진중인 것도 이때문이다. 본사에서도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기술축적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발전소와 정유 등을 중심으로 사업 특화에 나설 것이다. ­이번 콘라드 사업에는 특히 제일은행을 비롯한 한국의 은행들이 자금공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경영난에 봉착중이다. 사업진행에 어려움은 없겠는지. ▲콘라드센터에는 국내 20여개 금융기관이 신디케이트론(차관단 대출) 형태로 참여중이다. 이들은 이번 사업에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콘라드에 대한 자금공여 역시 이점에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중동과 싱가포르 등 해외공사 현장만 20여년 가까이 돌아다녔다는 전지사장. 그는 『이제 서울 강남의 지리도 잘 모른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즘 한국의 상황이 너무 어둡게 보인다며 시종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자카르타=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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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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