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됨에 따라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연일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이 달 첫 주 토요일 하룻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간 인원은 1만1,500여명. 주5일 근무제 확산과 맞물려 해외여행 문화가 사회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모처럼 큰 마음을 먹고 떠나는 해외 여행이지만 오랜 비행시간에서 오는 지루함과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출국직후 기내(機內) 건강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장준(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기내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일반석 증후군(Economic Class Syndrome)=심장과 연결되는 심부정맥인 장골정맥과 대퇴정맥 등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종아리에 통증과 부종이 생기는 증상이다.
기내의 좁은 일반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는 승객들에게서 많이 나타나 붙인 이름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도 부르는데 간혹 숨이 차고 흉통이 나타나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져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최근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이 한창인 만큼 주의가 꼭 필요하다.
대체로 고도 3만5,000피트(지상 11㎞)를 비행하고 있는 기내 기압은 한라산 정상과 같은 6,000피트(약 1,800m)로 평지에서 느끼는 1기압보다 낮다. 이렇게 낮은 기압에서 고정된 자세로 여러 시간 앉아 있으면 정상인도 혈액순환에 지장이 와서 발이 부을 수 있다.
평소 심혈관질환이나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라면 가능성이 더욱 높아 여행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외과 수술을 받았거나 당뇨병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스피린과 스트레칭=올 5월 영국 리즈대학 프렌티스 교수는 해열제 아스피린이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을 예방하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평소 심부정맥혈전증을 일으킬 위험요소를 가진 승객들이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출발하루 전 또는 늦어도 한시간 전에 300∼500㎎을 복용할 경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여유 있고 편안한 옷을 입고 자주 일어나서 기내 복도를 걸어 다니고 앉은 자리에서도 발과 무릎을 주물러주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의자에 앉은 채로 혹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구르듯 다리를 약간 구부렸다 폈다 한다.
신체부분이 꼭 죄는 상태로 잠들지 않아야 한다. 깨어 있는 동안 앉은 자세에서 발목에서 발등을 위로 젖히듯이 젖혔다 반대로 피고 발목을 돌리는 스트레칭을 수시로 반복하는 것도 컨디션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기내에서는 대부분 금연을 실시하지만 흡연은 기압과 공기순환의 이유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다른 탑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기내공기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이륙할 때 밀폐시켜 저장한 공기를 비행 중 3∼4분 간격으로 순환시켜 공급한다. 기내의 순환장치가 잘 가동하더라도 기내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수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건조해지기 마련이다.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의 흡연과 음주는 지상에서보다 훨씬 몸에 해롭다. 지상 10㎞ 이상을 비행하고 있는 사람의 체내 산소량은 지상에서보다 3∼4% 정도 적어지기 때문에 승객들은 약간의 탈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기내에서 술을 한잔 마시면 지상에서 2잔 마신 셈이 되어 빨리 취한다. 커피 등 카페인성 음료도 알코올처럼 탈수를 촉진한다.
기내는 냉방장치로 섭씨 20℃ 안팎의 온도로 유지되고 있으나 습도는 10∼12% 정도로 상당히 건조한 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비행기 안에 있다 보면 입술이 마르고 얼굴 살갗이 당기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때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피부미용과 건강에 좋은데 노인들이 경우 피부건조증이 더 심할 수 있으므로 피부 보습제를 준비해 자주 발라 준다.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실 필요는 없지만 수분 섭취가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갈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특히 여성들은 얼굴 피부가 외부자극과 기후변화에 민감해 기내에서는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기 쉽다. 수면을 취해야 할 경우 잠들기 전에 화장품을 깨끗이 씻어준다.
◇기타=3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면 시차로 인해 피곤하고 집중력마저 떨어진다. 이때는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조절해 생체리듬을 도착지 시간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햇빛이 있으면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줄고 어두워지면 반대로 증가하여 졸리게 된다.
시차극복을 위해 출발 전에는 숙면을 취하고 과음ㆍ과식을 삼가며 비행 중에는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고도가 바뀌면서 귀가 멍멍하고 잘 안 들리며 귓속이 아픈 증상이 많이 생기는데 코를 손으로 막고 입을 다문 채 숨을 코로 내쉬어 본다.
고막이 밖으로 밀리는 걸 느끼면서 통증의 상당부분이 해소시킬 수 있다. 또 코를 막고 침을 여러 번 삼키거나 하품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며 껌을 씹거나 사탕을 녹여 먹어도 좋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건강하고 즐거운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기내에서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갈증을 느끼지 않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과음ㆍ과식을 삼가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