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전입지후보지 주민들을 옭아맨 멍에가 벗겨졌다.정부 방침에 따라 전남 여천, 강원 삼척등 원전 후보지 9곳이 이달말께 모두 해제되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 산포리를 제외한 8곳은 이미 이달초부터 원전후보지에서 해제됐다. 산포리는 울진군이 제시한 대안을 충족시킬 경우 내달부터 후보지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울진군은 군내에 있는 기존 울진 원전인접 지역에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그대신 산포리를 후보지에서 해제시켜 줄 것을 산업자원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
산자부는 울진군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즉시 산포리를 원전후보지에서 제외시킬 계획이다.
이로써 지난 80년대초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라 지정, 고시된 9개 원전후보지 주민들은 20여년 만에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원전후보지 지정및 해제 배경= 정부는 지난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등으로 에너지위기를 겪으면서 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탈석유전원 개발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전력 수요가 매년 14∼20%씩 급속하게 늘고 있던 당시에는 원전건설이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원전은 아무데나 지을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지질·지형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고 입지조사에서 확보에 이르기 까지 걸리는 시간도 엄청났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78년 경제장관회의에서 원전건설부지 확보 방침을 정하고, 한국전력의 지질조사,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81·82년 11개 지역을 원전후보지로 결정했다.
이중 울진및 영광지역은 원전건설부지로 사용되었고 이번에 해제된 9곳은 후보지로 관리되어 왔다. ★표 참조
이들 9곳은 원전후보지로 지정된 이후 20년가까이 개발제한 지역으로 묶여있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질 수 밖에 없었다. 최근 3년동안 제기된 민원만 모두 62건에 달했다. 9개 원전후보지 가운데 6곳이 위치한 전남의 경우 도지사가 나서 20여차례에 걸쳐 후보지 해제를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 최소한의 부지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모두 해제한다는 방침을 정었다.
한전은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전력기술에 연구용역을 의뢰, 지난 96년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여건변동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울진 산포지역이 원전건설 최적합지로 판정됐고, 나머지 8개지역도 우선순위가 매겨졌다. 정부의 당초 계획은 9개 원전후보지중 3개소를 원전부지로 확보하는 것. 부지선정은 유치 희망지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희망지역이 없을 경우 우선순위에 따라 확보한다는 방침이었다.
이 과정에서 반가운 변수가 등장했다. 원전후보지가 아닌 경남 울주군이 한전에 원전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해 온 것이었다. 울진군도 군민과의 합의를 거쳐 대체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산자부는 전력수요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2곳의 신규부지 확보만으로도 원전 건설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 기존 후보지 9곳을 모두 해제키로 최종 결정했다.
◇원전후보지 해제 의미및 향후 대책= 원전의 경제적 효과는 탁월하다.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히로시마 원폭이 말해주듯 해악 요인도 엄청나다.
이바람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원전건설 계획은 지역주민의 님비(NIMBY)현상에 휘말려 차질을 빚어 온 게 사실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과거의 주먹구구식 원전부지 확보정책이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한 결과 10년이상 끌어온 지역 마찰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도 지역주민들의 협조없이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원전후보지 주민들은 이번 해제조치로 건물의 신, 증축등 자유로운 지역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산권 행사도 80년대 이전처럼 자유로워졌다.
원전유치를 희망한 울진과 울주에는 오는 2030년까지 각각 4기씩의 원전이 추가로 들어선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울진군과 같이 기존부지를 확장해 원전을 일정기수이상 추가 건설하는 지역에 대해 지원액 산정때 추가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또 신규 원전부지는 지자체의 의견과 지역주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