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사 위기 내몰린 중소가구업체

복합형 매장 확장·온라인몰 강화 등 공격적 영업에

한샘·리바트 등 대형 브랜드로 고객 쏠림현상 심화

민간부터 조달시장까지 뺏겨 영세업체 폐업 속출

16일 폐허처럼 변해버린 서울 내곡동 헌인가구단지내 골목길은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박재원기자

한샘, 현대리바트 등 대형 브랜드 가구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이 소위 '사제'(비브랜드) 중소가구업체들은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개장한 이케아 광명점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업체들이 대형 복합형 매장을 확장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데다 온라인을 통해 가구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영세한 가구업체들이 사면초가 신세가 된 것이다.


명절 연휴를 앞둔 16일 찾은 서울 내곡동 헌인가구단지는 간판이 뜯기고 벽이 허물어진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국내 최초로 형성된 가구단지인 이곳은 한때 300여 개 가구공장과 70여 개 전시판매장이 형성돼 가구를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전시장은 30개 남짓.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가구를 판매해 온 A씨는 "가구단지 쇠락과 함께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단지가 흉물처럼 변해 수십년 간 터를 잡은 일부 업체 빼고 나머지는 모두 떠났다"며 "과거처럼 영세가구업체가 직접 제조해 비슷한 품질의 대형브랜드 가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반면 같은 날 서울 목동사거리 인근에 있는 한샘 플래그샵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문을 연 이곳은 생활용품은 물론 부엌가구까지 체험형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매장 안에서 상담부터, 배송, 시공, AS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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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점을 포함해 한샘 플래그샵 6곳의 지난해 매출은 약 2,000억 원. 1,600억 원 수준이던 2013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 한샘 관계자는 "올해 2곳을 추가로 오픈하는 등 '원스톱 인테리어 쇼핑공간'을 지속해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유통채널을 늘리고 영업사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경쟁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가구단지 등 전시매장을 직접 찾아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서 온라인몰을 잘 갖춰놓은 대형 가구브랜드로 고객이 쏠리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샘몰은 작년 1,200억원을 돌파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온라인몰을 강화하면서 매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몰 고객을 위한 특화상품부터 백화점상품권 제공이벤트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 결과 지난 2009년 75억원을 기록한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550억원까지 확대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소가구 업계에선 뽀죡한 해결책을 못찾고 있다. 정용주 경기인천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사례처럼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린 이상 쉽게 되돌릴 수 없다"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작은 업체가 제2의 한샘으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역시 "한샘 등 대형 매장이 전국에 자리 잡으면서 동네 싱크대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민간 시장은 물론 정부 조달시장까지 대형 가구 업체들이 차지하는 형국"이라고 털어놨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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