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이후

한미은행의 경영권이 미국계 정통 금융업체인 씨티은행으로 넘어감에 따라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물론 금융 관행 및 감독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씨티은행은 20일 한미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36.6%)과 스탠다드 차타드은행(9.76%)의 지분 인수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 은행을 인수한 사례는 외환(론스타), 제일(뉴브리지) 및 한미은행(칼라일)이 있으나 외국은행이 국내 은행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의 펀드들이 단기 투자차익을 노리는 것이 기본 속성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시티은행은 세계의 메이저 은행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금융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의 의미는 질적으로 판이하다. 씨티은행이 앞으로 한미은행을 한국지점 형태로 운영하고, 한국 증시에서 상장을 폐지키로 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따라서 국내 금융산업의 관행을 바꾸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금융감독 측면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오랜 기간동안 축적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도 본격적인 경쟁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국내 은행들의 영업 행태도 달라지게 됨은 물론, 감독당국의 정책수립과 집행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스템과 감독 기준이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개선돼 왔기 때문에 큰 틀의 변화는 없겠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손질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제도적 개선보다는 관행의 변화이다. 그 동안 금융당국은 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직ㆍ간접적으로 업계에 상당한 입김을 불어 넣었지만 씨티은행 같은 명실공한 외국은행에 대해선 이 것이 잘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장질서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실물경제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지 않으면 자칫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씨티은행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따라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국내 진출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우리은행 등의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을 고려하고, 국내자본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런 점에서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야인시절 추진했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 조성작업은 주체를 바꿔서라도 재추진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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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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