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대차 고용세습 단협 무효

법원 "산재 유족 채용 조항은 인사권 침해" 판결

일자리 대물림을 보장하는 현대자동차의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3부는 16일 정년퇴직 후 폐암으로 사망한 A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무 이행 청구소송에서 "현대차 단체협약 제96조 조항은 사용자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을 업무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고용하도록 돼 있는 현대차 단협 96조는 민법이 규정한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약정"이라며 "근로는 보호돼야 하지만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단협 제96조에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고 규정돼 고용세습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차에서 열처리 업무 등을 하다가 2009년 정년퇴직한 A씨는 2011년 폐암으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이 폐암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정하자 A씨의 유족들은 업무로 사망했기 때문에 단협에 따라 자녀 1명을 채용해달라고 현대차에 요구했다. 현대차는 "A씨는 2009년 말 정년퇴직했고 사망 당시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단협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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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대차 단협 제96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업경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단협 제96조는 사용자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이어서 무효"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민법에 의해 보상해야 한다"며 "여기에 더해 누군가가 가질 수 있었던 한평생의 안정된 노동 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해주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위로금과 관련해서는 "단협에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을 경우 보상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재직 중 사망한 경우로 한정해 해석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A씨 유족에게 5,6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일자리 대물림을 규정한 현대차 단협 조항을 무효라고 판결함에 따라 앞으로 일부 강성노조의 불합리한 요구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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