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주고받은 실수

제7보(70~80)



백70은 궁여지책이다. 달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백70의 한 점을 진상하고 백 3점의 탈출로를 열겠다는 전형적인 희생타 전법이다. 여기서 박정상은 뜸을 들였다. 상대방이 주는 통행세를 군말없이 받아먹고 말까. 좀더 상대방을 준엄하게 문책하는 수단을 강구할까. 5분을 생각하고 박정상은 흑71로 응수했다. "뭐야. 왜 안 받아먹지?" 검토실에 있던 김성룡이 고개를 홰홰 저었다. "주는 떡은 먹기 싫다는 얘기겠죠." 옆에 있던 목진석이 하는 말이었다. 받아먹는 진행이란 참고도1의 흑1 이하 11까지를 말함이다. 이것으로 흑이 유망한 바둑이라는 얘기였다. 박정상이 이 코스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실전보의 흑75라는 수순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백76이 불가피한데 이때 흑77로 차단하는 수가 좌상귀의 백을 위협하는 절대선수가 된다는 점이 포인트. 그러나 역시 참고도1의 진행이 최선이었다고 박정상도 나중에 시인했다. "그런데 이세돌의 백76이 사실은 악수였어요."(목진석) 그래서 박정상은 최선의 수를 두지 않았으면서도 최선보다 더 멋진 전과를 올리게 된다. 백76으로는 참고도2의 백1로 단단하게 잡아두는 것이 정수였다. 그 코스였으면 도리어 백이 유망한 바둑이었던 것이다. 백76이 악수였다는 것은 곧 증명이 된다. 흑79가 그것을 증명하는 날카로운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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