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알로에 기업인 유니베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만난 이병훈(51ㆍ사진) 대표는 서양의 '인삼'에 해당하는 알로에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창업주인 고 이연호 회장이 알로에의 불모지인 한국에 알로에를 처음 소개했다면 2세인 이 대표는 알로에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한국을 알로에 종주국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선인장이 아닌 백합과인 알로에는 아프리카 및 적도 지방에서 나는 식물로 알로에에 대한 연구 자료는 미국이나 유럽 등이 아닌 한국, 그것도 유니베라가 가장 방대한 연구 자료와 특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창립 37년째를 맞은 유니베라는 전세계 알로에 원료 시장에서 업계 최대인 45% 이상을 공급하는 회사다. 현재 세계 최다인 400개 이상의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회사의 미션은 '자연의 혜택을 인류에게'. 이 대표는 "알로에 재배부터 연구ㆍ생산ㆍ마케팅까지 모두 아우르는 기업은 유니베라가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사업구조가 수직계열화돼 있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품질을 높이는 데만 매달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니베라는 이르면 올 하반기 말레이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향후 싱가포르ㆍ베트남 등 방문판매가 활성화된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10년 내 '허벌라이프' 같은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18년께 10여개국에 진출해 해외 사업 매출이 7,000억~8,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창업주에 이어 인류에게 혜택을 널리 보급하고 싶어하는 알로에의 효능은 무엇일까.
유니베라는 지난 20년간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알로에에 상처치유촉진 보유물질과 면역증강, 항스트레스, 항암 효능, 당대사 조절 기능, 인지능 개선 효과 등이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아버지의 임상실험이 입소문에 의한 비과학적인 것이었다면 나는 알로에의 면역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유니베라는 지난 4월 37년간의 알로에 연구를 집대성한 신제품 '알로엑스골드 맥스피'를 내놓았다. 현재 유통 중인 알로에 건강기능식품들이 100~200㎎의 다당체(면역 증강 물질)를 함유하고 있는 데 비해 알로엑스골드 맥스피는 다당체 함유량이 300㎎(1일 섭취량 기준)에 달해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자신했다.
창업주 고 이연호 회장이 알로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양비철금속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고 이 회장은 중증 간경화로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알로에 생초를 먹고 2년 만에 완치하면서 알로에에 전 인생을 걸게 된다.
"아버지는 공장 옆 500평의 땅에 알로에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하루 하나씩 알로에 생초를 먹기 시작했어요. 씻은 듯 쾌유되자 아버지는 알로에를 심어 10년간 수천명에게 무료로 나줘주고 피드백을 받았지요. 알로에가 번식력이 좋아 취미로 시작했던 비닐하우스는 나중에 8,000평 규모로 커졌고 사업화하라는 주변의 권유로 알로에 맥스피의 전신인 마시는 알로에 건강식품 국내 1호인 '알로엑스'를 출시한 것이 남양알로에(유니베라의 전신)의 시작이었습니다."
알로에 덕분에 현대 의학이 고개를 저었던 아버지의 병이 나았고 주변 이웃들도 알로에에 열광하게 됐지만 정작 기적을 목도한 이 대표는 알로에의 효능에 반신반의했다. 사회학도였던 그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던 나로서는 믿지 못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돼야 했다. 그래서 나는 알로에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사회학을 전공할 당시 이 대표는 미국 알로에의 원료를 사서 한국 유니베라 본사에 공급하는 '알로콥'이라는 회사를 1989년 창업했다. 원료가 부족해 미국에서 사서 보내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위스콘신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던 친구들과 함께 알로의 진품과 가품을 가리는 연구부터 시작했다. 비과학적인 임상 데이터를 관찰해오던 부친과 달리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미래 주요 소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미국에서 현지 교수들을 중심으로 알로에 연구재단을 만들었고 결국 교수의 꿈을 접고 알로에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세계 곳곳에 알로에 농장을 세우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보폭을 넓혀 나갔다. 유니베라는 이로써 650만평 규모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천연식물 재배 농장을 비롯해 멕시코 탐피코(233만평), 중국 하이난섬(70만평), 미국 텍사스(80만평) 등 4개국에 총 1,033만평의 천연물 농장을 확보했다. 특히 불모지였던 척박한 '악마의 땅' 멕시코 탐피코 농장을 1991년 이래 22년 동안 '천사의 농장'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공로를 인정 받아 최근에는 국내에서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동친화경영 우수 사례로 꼽혔다. 유니베라는 현지인을 고용해 일자리를 줬고 현지 많은 회사들이 무시하던 최저임금을 보장했다. 노동자 가족들의 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쌀 등 먹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1년 이상 근무한 직원 자녀를 위해 대학 학비지원제도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멕시코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마약 전쟁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유니베라는 3~4년간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면서 "유니베라를 흔들면 지역 사회가 무너진다는 것을 주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업을 통해 역사 속에서 제가 가야 할 길을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무언가를 보태서 후대에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제게도 운명적으로 주어진 숙제가 있겠지요. 그동안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관행이 묵인돼온 경우가 있는데 관행적 부정을 거부하고 건전한 수단만 채택하는 기업이 더 길고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한쪽 벽을 가득 메운 40여개의 흑백사진 액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이 대표가 찍은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반 활동을 해온 그는 대학 때 사진 아르바이트도 하고 대회에 나가 여러 차례 입상한 경력도 있는 '겸손한' 베테랑 사진 작가였다. 사진은 이 대표에게 유일한 표현의 방법이었다. 사진으로 우정과 사랑을 표현했고 경영자로서의 고독한 결정 뒤에 스트레스를 걸러내는 유일한 여과지였다.
"전 존 레논의 광팬입니다. 그의 노래 중 '이매진(imagine)'을 특히 좋아해 시 같은 가사에 맞는 사진들을 최근 5년간 찍어왔는데 고작 12~13장 건졌을 뿐이에요. 가령 뉴욕에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사랑을, 거리 시위하는 것에서 평화를 담았죠."
이 대표의 사진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가족, 특히 2남1녀인 세 아이들이다. 아버지로서 줄 수 있는 것이 자연과의 친화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주말의 대부분은 40년간 윗대부터 가꿔온 15만평의 청강수목원을 찾아 자연을 배우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알로에가 인류에게 건강이라는 큰 선물을 주고 있는 것처럼 자연은 아이들에게 체력과 상상력ㆍ창의력ㆍ호기심ㆍ관찰력ㆍ담력 등을 준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자라 이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촌 영양결핍 아이들에게 생명의 비타민 전해요 심희정기자 |
● 이병훈 대표는
▲1962년 서울 ▲1986년 미국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졸업 ▲1987년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 졸업 ▲1988년 국제알로에기준심의협의회(IASC) 이사 ▲1989년 알로에 연구재단(ARF) 부회장 ▲1995~1998년 미국 유니젠 생명과학 설립 및 대표이사 ▲1996년~2006년 남양알로에 대표이사 ▲2000년~현재 남양 대표이사, 미국 에코넷홀딩스 설립 및 대표이사 ▲2001년 국제알로에기준심의협회(IASC) 명예의전당 헌정 ▲2005년 한국인권재단 이사 ▲2006년~현재 유니베라 대표이사 총괄사장, 에코넷 총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