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파문이 자동차 업계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 각국 환경규제 당국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21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폭스바겐을 포함한 자동차 업체들의 독일 내 배출가스 검사를 조작했는지 여부에 대해 긴급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의 조작 사실을 적발한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CARB)와 함께 다른 자동차 업체의 조작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WSJ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폭스바겐 및 EPA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자동차 환경규제 강화를 추진해왔으나 자동차 업계의 로비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독일 환경당국 고위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환경적인 손실을 야기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폭스바겐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배기가스 조작을 했는지 한치의 의혹도 남지 않게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EPA는 폭스바겐이 환경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설치했다며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아우디A3·제타·골프·비틀·파사트 약 48만2,000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고 폭스바겐은 혐의를 인정했다. 이들 차량은 도로주행시 배기가스량이 검사 때보다 최대 40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EPA는 폭스바겐에 최대 180억달러(약 20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유럽은 폭스바겐 사태로 발칵 뒤집혔다. WSJ는 "폭스바겐 사태가 대규모 난민사태를 밀어내고 톱뉴스 자리를 차지했다"고 전했으며 FT는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이 글로벌 자동체 제조업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디젤자동차에 대한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튜어트 피어슨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배기가스 조작을 한 자동차 회사가 폭스바겐 한 곳뿐인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사태가 자동차 산업계의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임러그룹 자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우리는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이 없으며 배기량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고 프랑스 자동차 업체 푸조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환경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는 아예 자사 차량이 유럽 환경규제를 준수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공개행사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전했다. 르노·푸조·시트로엥 등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디젤 차량이다. @sed.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