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겉도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하>파견근무시스템 후유증 심각

부산·경남 지분맞춰 능력상관없이 자리배분<br>업무지속성 떨어지고 외국어·정보능력 취약<br>복귀후 인사상 불이익 우려 파견 기피까지

부산시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경계선에 위치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양 시ㆍ도에서 절반씩 공무원이 파견되고 3년 이내 모두 복귀되도록 규제돼 업무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ㆍ광양구역청과 달리 부산시와 경남도 두 자치단체에서 절반씩 공무원을 파견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 관할 지역이 두 자치단체에 걸쳐 있어 보유한 지분만큼 자리를 나눠 갖는 것이다. 파견 근무와 갈라먹기식 인사 후유증이 제2기 3년 첫 해 들어 뚜렷한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구역청장을 포함해 총 인원은 149명. 근무 기간은 최장 3년으로 1년 이상이면 복귀가 가능하다. 지난 3월 새 청장 부임과 함께 계약직 10여명과 예외적으로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물갈이 됐다. 파견근무가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업무의 인수인계가 철저히 이뤄졌다고 하나 3분의2 이상이 새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양 시ㆍ도의 갈라먹기 파행 인사의 대표적 사례는 투자유치본부장 자리. 구역청에서 행정개발본부장을 하던 부산시 고위 공무원이 제2기 들어 수평으로 투자유치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행정개발본부장에는 경남도 고위 공무원이 임명됐다. 구역청 업무의 두 축인 행정개발과 투자유치 자리를 양 시ㆍ도에서 공정하게 배분한 것이다. 구멍가게 같은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식의 인사는 없다. 새로 파견된 한 공무원은 “업무를 처음부터 시작하다 보니 방향 설정이 안돼 우왕좌왕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유치본부장 자리는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있다. 투자유치와 관련해 본부장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각종 정보를 취합, 최종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해외에 나가면 영어 프리젠테이션 정도는 해야 한다. 현 투자유치본부장이 이 같은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투자유치본부에 파견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새로 파견된 공무원들이 유치지원실장, 유치2실장과 팀장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었거나 외국어 하나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 투자유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난해 외자유치는 4억700만달러인데 비해 올들어 11월말까지 고작 860달러에 불과한 데는 이런 이유가 적지 않다. 게다가 올들어 11월말까지 투자설명회,박람회 참가,국제회의 등 24차례나 해외에 나갔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이중에는 중복ㆍ관행적인 해외IR도 엿보인다. 두바이의 경우 3차례나 다녀왔다. 한번 다녀온 해외IR에 대한 축적된 자료가 있고, 이를 활용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렇다 보니 구역청 감독 역할을 하는 ‘조합회의’로부터 “해외IR에 나서기 전에 충분히 사전정보를 취득하고 나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파견 근무의 후유증은 투자유치 업무뿐 아니라 토지형질변경,문화재현상변경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개발업무 등을 비롯 구역청 업무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공무원만 탓할 것도 아니다. 이들이 구역청 업무를 마치고 본청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능한 공무원들은 본청과 떨어져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구역청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견근무의 대가로 자신이 원하는 보직이나 특진 등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공무원 파견 근무시스템은 제도적 결함이다. 구역청장이 유능한 공무원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 양 시ㆍ도에서 정하는 대로 수용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의 ‘특별지자체’가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제도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으면 겉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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