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의미 있는 졸업식 되려면


조선시대에는 아이가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다 떼면 세책례(洗冊禮) 즉 책거리를 했다. 이는 스승과 동문수학한 동료에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일로 오늘날의 졸업식에 해당된다. 책거리에는 주로 국수ㆍ경단ㆍ송편 등 음식을 장만했다. 송편을 먹은 이유는 소를 채우듯 학문을 꽉 채우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 고등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의 졸업식 때는 유생(儒生)들이 임금이 내린 술잔을 받아 마시며 군신 간의 결속과 동기(同期)간의 우의를 다졌다. 그 후 재학 중에 입었던 푸른 제복을 찢는 파청금(破靑襟)이라는 의식을 행하였다. 이는 썩 좋은 전통은 아니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졸업식은 너무 지나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스승의 은혜에 대한 감사인사보다는 끝나자마자 밀가루와 계란 투척, 알몸 뒤풀이로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요즘 졸업식의 풍경이다. 2월 졸업시즌이 되어 졸업식장 주변에 순찰을 강화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해결책이 이것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하다. 졸업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복에 밀가루를 뿌리는 행위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도입된 교복에 대한 저항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제의 억압에 대한 항거의 전통이 잘 못된 입시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계승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청소년세대의 졸업식문화가 그들만의 탓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입시지옥에 가둔 기성세대의 잘못이 더 크다 바람직한 성인교육의 졸업식을 소개한다. 그동안 함께 동문수학한 동료가 수료증을 전해주면서 뜨거운 포옹으로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미래에 실천할 계획서를 동봉하여 한 달 후에 도착할 수 있는 딜레이 편지를 쓴다. 또 일부 학교는 가마에 담임선생님을 태우고 입장한다던가, 세족식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축제형태로 졸업식을 치른다고 한다. 아름다운 졸업문화의 전통이 계승되는 것 같아 반갑다.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미래의 소망을 담은 나에게로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졸업식이 되기를 권해본다. 그리고 학교ㆍ교사ㆍ학부모ㆍ학생이 뜻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각 학교마다 졸업식이 특색 있고 의미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각 학교는 폭력적인 분위기가 조장되지 않고 의미 있는 졸업식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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