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국' 낙인이 찍혔던 키프로스·그리스·에콰도르 등이 잇달아 국채 발행에 성공하며 국제금융시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바닥을 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이 이들 국가의 채권에까지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던 에콰도르가 최근 2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7.95%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금융위기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키프로스와 그리스도 지난달 각각 10억달러와 2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케냐·잠비아 등 좀처럼 국채를 발행하지 않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으며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도 조만간 국채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프런티어마켓(중소 신흥국가)의 국채 발행 규모는 24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억달러에 비해 76.3%나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하듯 신흥국가들이 발행한 미국 달러화 표시 고정금리 국채의 투자가치를 지수화한 블룸버그이머징마켓국채지수는 고공비행하며 6월9일 144.213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동안 생소했던 국가들의 국채 발행이 가능해진 것은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해당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저조하자 투자자들이 과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국가들의 국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 신흥국가들도 조만간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미리 돈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중소 신흥국가의 국채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묻지 마'식 투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지 매그너스 UBS 경제자문가는 "투자자들이 위험요인을 따져보지 않고 생소한 국가의 국채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톤하버투자자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앵거스 할케트 역시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