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청년·벤처가 클 수 있는 사회


우리 경제의 체력지표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3.8%대로 급락했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더니 금융위기 이후 뚝 떨어졌다. 우리가 언제나 신흥국마냥 높은 성장폭을 유지할 순 없겠지만 사회 전반에서 꿈틀거려야 할 뜨거운 활력이 벌써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다.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여러 가지다.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세대가 고령화되고 1980년대 성장의 주역이던 자동차ㆍ조선 이외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이처럼 빨리 늙어버린 이유는 결국 세대를 넘어 이어져야 할 도전과 창조의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강조해서 눈으로만 익숙해진 벤처ㆍ기업가정신ㆍ세계화라는 기본가치를 정작 이 땅에서 실천하기에는 우리 삶의 터전이 너무 척박해져 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과감하게 창업하라고 하지만 맨몸으로 나선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칼바람이 몰아치는, 그래서 얼어 죽기 딱 좋은 날씨 같을지도 모른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젊은이들과 벤처기업의 도전을 부추기기에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기회'라는 따뜻한 온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좌절 방치하면 성장 열기 식어버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이제 각 개인은 놀랄 만큼 창의적인 재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는 것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의 싹을 키울 수 있는 적정한 온기를 우리가 제대로 주지 못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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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성장하려면 누구든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식ㆍ경험을 발전시키고 열정을 사회 곳곳으로 확산시키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는 개인의 능력ㆍ의식의 성장과 함께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장을 넓히는 것으로 항상 진화해 나가야 한다. 배우지 못하고 낙후된 환경의 사람에게 선을 베푼다는 의미를 넘어 각 개인이 품은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사회의 밑천을 끊임없이 넓혀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가 함께 발전하려면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공감과 산업ㆍ기술 간 융ㆍ복합이라는 더욱 발전된 성장의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처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업 곳곳에 퍼져나가지 못하면 사회 전체의 성장 열기도 식어버릴 수 있다.

한겨울 영하의 얼음장 아래에도 물은 항상 흐른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극심한 한파가 대한민국에 몰아쳤을 때도 그랬다. 테헤란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의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MP3혁명과 휴대폰ㆍ인터넷 등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발판이라는 새 기회도 얻었다.

산업과 시장구조가 어려워질수록 시대가 가진 현상과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다. 이런 창조정신이 나올 수 있는 물꼬는 결국 언제나 사람이었다.

막힌 성장통로 뚫어야 경제에 온기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청년ㆍ벤처기업들의 도전은 차가운 추위 속에서도 얼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꿈틀거리고 있다. 이 가치가 세상 속에 화려하게 피어나게 하려면 위로부터 꽉 막혀 있는 기회의 통로를 열어 산업 구석구석을 뜨겁게 데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창조와 도전, 그리고 꿈을 향한 열정의 힘은 그 시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희망의 의식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기득권층이 젊은이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성공을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한계에 담지 않고 꿈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함께 다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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