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대출상품 ‘노예계약’ 파문

옛 한미銀과 ‘닥터론’판매중개계약 중소社<br>“과도한 빚보증에 계약 일방파기로 빚더미”<br>46억 손배訴 추진…은행 도덕성 논란일듯


대형 시중은행과 대출상품 판매계약을 맺은 한 중소업체가 은행측의 부당한 ‘노예계약’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에 따르면 문제의 은행은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 대출상품에 대한 과다한 빚보증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대형 은행의 도덕성을 둘러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월 시티은행에 합병된 한미은행과 2002년부터 ‘닥터론’이라는 대출상품의 판매 중개계약을 맺어온 ㈜로드아이는 21일 “대출보증 등 은행측의 부당한 요구를 견디며 상품을 팔아왔음에도 은행측이 갑자기 업무계약을 파기했다”며 “오는 28일 시티은행을 상대로 4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겠다”고 밝혔다. 로드아이는 준비한 소장에서 “피고은행은 원고에게 대출금 상환채무에 대해 포괄적 연대보증계약을 요구하고 원고가 상품판매 수익으로 받는 3%의 수수료 중 2.5%에 대해서도 피고은행에 예치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로드아이는 은행측과 595억원 한도의 근보증서를 작성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부실대출에 대해 15억여원을, 대출금 연체이자에 대해서는 2억원 등을 자비로 부담했다. 로드아이는 “이 같은 불리한 계약을 받아들인 이유는 오직 피고은행과 지속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피고은행은 2월 갑자기 업무계약을 전면중단, 결국 원고는 막대한 빚만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알선업체들과의 근보증 계약은 오히려 업무제휴를 원하는 업체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은행 입장에서 대출상품에 대한 채권보증도 없이 어떻게 이들과 업무제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원고측 소송을 맡은 서향희 변호사는 “이 사건 근보증 계약의 본질은 대출상품 알선업무가 유일한 사업수단인 해당업체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체결된 것인 만큼 민법상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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