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잘 웃기는 아이가 성공한다-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몇 해 전 열린 국회 유머 포럼 주제가 '잘 웃기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였다. 그때 어느 의원이 제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부도 잘한다'가 아니라 '인생에 성공도 한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옛날에는 '공부 잘하는 것=성공'이었으나 요즘은 공부 잘하는 것과 성공은 별 상관이 없다. 어쨌든 잘 웃기는 아이가 인생에 성공도 한다는 것에는 100% 동의한다.


웃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누구를 즐겁게 하면 그 사람은 즐거워서 좋고, 또 즐겁게 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또 나는 그 사람을 즐겁게 해서 좋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돼 좋다. 모든 일이 좋은 것뿐이다. 세상 일은 항상 명암이 있다. 좋은 면이 있으면 또 나쁜 면이 있다. 그런데 남을 웃기는 일은 모든 것이 좋기만 하다. 지극히 드문 경우다. 그러니 이런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그맨들은 무슨 일이든 성공할까. 그것은 좀 다르다. 누구를 직업적으로 웃기는 일은 목적을 가지고 해서 그렇다. 진정으로 남을 웃기는 것은 준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촌철살인의 기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상대방과 토론을 벌였다. 상대방이 링컨을 신랄하게 비난하며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공격했다. 그때 링컨은 "아니 내가 두 얼굴을 가졌으면 여기에 이런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라고 응수했다. 흔히 위트가 기술이라면 유머는 '기술+인간성'이라고 한다. 링컨은 겸손과 포용과 인내심을 갖춘 인격자여서 유머의 달인이자 고수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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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정적으로 불우한 편이었다. 아버지는 늘 밖으로 도셨고 수시로 어머니를 때리셨다. 가정불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나는 늘 우울하고 불안했다. 그리고 창피했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이 좋은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아이들을 보면 주눅이 들거나 공연히 적개심을 드러낸다. 반면에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따라서 대개는 학교수업을 빼먹고 술담배를 하고 싸움질하며 비슷한 아이들끼리 어울린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이런 식으로 푸는 것이다. 일종의 삐뚤어진 복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을 그렇게 망가뜨리는 것이 너무 두렵고 싫었다. 그리고 늘 우울하고 불안했기 때문에 그것을 누르거나 감추고 싶었다. 자기애(自己愛) 또는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들이 보통 이럴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나온 것이 남을 웃기는 일이었던 것 같다. 하여간 나는 아이들을 잘 웃겼다. 수업 중간 휴식시간마다 아이들은 나의 '썰'을 들으러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소풍과 각종 동아리 행사 때는 사회자로 불려다녔다. 대학 때는 과사무실 게시판에 이런 글이 붙을 정도였다. '조용흥이 장학금 쏜다. 교련 끝나고 일미집으로 모여라. 정두언도 온단다'.

사족을 달면 나는 선천적으로 딱딱하고 어색하고 위선적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다. 어떻게든 그런 분위기를 깨고 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주변을 웃기는 것이다. 얘기가 길어졌다. 어쨌든 잘 웃기는 아이가 인생에 성공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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