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再來시장' 만들자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 점포가 지방까지 진출하고 온라인쇼핑과 같은 무점포 영업, 24시간 편의점 등 전문화된 경영 기법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속속 도입되면서 재래시장은 속수무책으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발길도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신업태의 유통 업체들에 대항해 재래시장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상인의식 개혁운동, 마케팅 기법의 도입, 비가림막 설치 및 주차장 확보, 상인회 및 상인연합회 결속 등 다방면으로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ㆍ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난해부터 재래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지원 법률을 제정하고 지원 예산을 늘렸으며 시설을 깔끔하게 고쳐 시장 골목에 아케이드를 세우는 한편 쇼핑 카트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생겼다. 그러나 시장의 부활을 위해 시설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용카드 취급 확대 등 상거래 현대화와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마케팅 기법 개선 등 경영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상인들이 의식 개선을 통해 자구의 노력을 기울일 때 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지원정책도 시장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해야 하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화시장 육성도 바람직하다. 재래시장 지원기관을 맡고 있다 보니 왜 재래시장을 살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재래시장은 농어민이 소규모로 생산한 농수산물과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중저가 상품의 주요 판로다. 이용하는 고객도 한푼을 아끼려는 알뜰한 중산 서민층이 대부분이다. 재래시장은 서민경제와 한몸이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중요한 유통 경로인 것이다. 실지로 우리 대다수의 주부들이 한달에 2~3번 정도 재래시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장흥에서는 전통 5일장을 주말장으로 바꾸어 활기를 되찾았고 강원도 정선에서는 재래시장 관광열차를 운행해 도시의 고객을 불러오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변모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하면 현재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재래시장들도 많은 고객들이 다시 찾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시장을 전부터 있어온 ‘재래(在來)시장’이 아니라 ‘다시 찾는 시장’이라는 의미의 ‘재래(再來)시장’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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