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성황후 자손, 보물급 문화재 15점 정부에 내놔···

“불타 없어진 숭례문 앞에서 향을 피워 올린 뒤 무릎을 꿇고 후손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죄를 용서해달라고 빌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왔습니다.” 명성황후의 동생인 민영휘씨의 외손자 장정기(70ㆍ미국명 채스터 장ㆍ사진)씨가 백제 초기 것으로 추정되는 향로와 정몽주 선생의 전신상, 고려 초기 8각 흑자병, 남대문의 대들보와 같은 시기의 나무로 제작된 ‘네 마리의 용’ 조각 등 보물급 문화재 15점을 고국에 기증하겠다며 17일 귀국했다. 이제훈 남가주대(USC) 교수도 함께 방한해 기증절차를 지원한다. 미국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온 장씨는 약 400년 전에 제작됐다고 추정되는 향로를 직접 들고 왔으며 18일 숭례문을 찾아 향을 피운 뒤 이 향로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기증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기증품들은 권위 있는 영국 옥스퍼드대에 6억원을 주고 의뢰해 과학적 실험(TLT)으로 진품임이 입증된 것들”이라며 “이들 문화재는 현재 게티박물관과 하와이 호눌룰루의 아카데비 오브 아트 등에 임대 중”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후손에게 문화재가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를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 기증할 문화재를 비롯해 추가로 내놓을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전시하기 바란다”며 “후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숭례문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한국의 문화재를 보유한 재미동포,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 등을 설득해 ‘문화재귀국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항공청(FAA) 항공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는 장씨는 지난 1950년대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할 때 고미술품을 가져가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장품과 그간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한국의 고문화재 가운데 500여점을 스미스소니언과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남가주대(USC), 게티박물관, 하와이대 한국관 등에 기증해왔다. 장씨는 “향후 5년 안에 남아 있는 소장품 800여점을 고국에 돌려줄 것이며 한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에도 기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