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버냉키 의장 "경기 충분히 회복땐 통화 긴축 준비할것"

연방준비은행 총재회의 참석<br>美고용·소비지표 호조세 반영한듯 금리인상 관련 가장 강도 높게 언급<br>정책당국은 "경기부양 더 필요" 신중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기가 충분히 회복됐다는 판단이 서면 통화 긴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금까지 있었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단은 많다"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등의 원론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한 논란에서는 항상 비켜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준비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경기 회복세가 뿌리를 내린다면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며 "경기 전망이 충분히 회복될 경우 통화 긴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나와 동료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금까지 해왔던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달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을 지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같은 날 발표된 고용 및 소비지표의 호조세를 반영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일자리를 잃은 사람 수를 나타내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전주의 55만4,000명에서 52만1,000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인 54만명보다 적은데다 올해 1월 초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기록돼 고용시장 반전 기대감을 키워줬다. 이미 신규 실업자 수를 포함한 전체 실업자 수를 나타내는 실업보험 연속수급 신청자 수 역시 예상치(610만명)보다 적은 604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주의 실업보험 연속수급 신청자 수는 611만명이었다. 최근 발표된 지난달 실업률 9.8%도 사상 최고치이기는 하지만 전월 대비 0.1%포인트 소폭 상승에 그쳐 그동안 이어져온 가파른 실업률 상승세가 한풀 꺾였음을 보여줬다. 이날 발표된 미국 소매업체들의 판매실적도 지난 1년간 극심한 소비부진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음을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인 톰슨로이터가 8일 발표한 30개 미국 대형 소매업체의 9월 동일점포 판매액은 전년 대비 0.6% 증가해 예상치인 -1.1%를 훨씬 상회했다. 대형할인업체 타깃, 콜스 등도 예상치를 웃도는 9월 판매실적을 내놓고 3ㆍ4분기 및 올 하반기 실적전망을 각각 상향 조정했다. 유통전문 컨설팅업체인 헤이그룹의 크레이그 롤리 국제부문 국장은 "소비자들 사이에 최악의 침체는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미 정책당국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8일 연방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버냉키 의장은 경기 전망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으면서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 내에 초과설비(Excess Capacity)가 광범위하게 남아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경기회복이 충분하게 진행된 후에야 출구전략 시행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이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몇 달 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지만 더블딥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의 '긴축 시사 발언' 이후 미국 내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는 엔ㆍ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엔ㆍ달러 환율은 9일 오후3시9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달러당 0.79엔 오른 89.21엔을 기록하고 있으며 달러ㆍ유로 환율 역시 같은 시간 유로당 0.0027달러 떨어진 1.4767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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