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축제'는 멈추지 않았다.태극 전사들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 시키며 월드컵 4강에 오른 22일 한반도의 '붉은 용광로'에서 내 뿜는 '대~한민국'함성은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지난 18일 이탈리아전 때보다 100만 여명 이나 많은 500여만 명의 국민이 붉은 티셔츠로 무장하고 거리응원을 펼친 이날 홍명보 선수의 마지막 슛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한반도는 온통 축제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시민들은 '건국이래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아시아를 대표한 우리가 해냈다'며 밤 늦게까지 '대한민국 만세'와 '오~ 필승 아시아'를 연호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축제의 밤'은 계속된다=서울 시청 광장과 광화문, 대학로 등 전국 340여 곳에서는 지난 18일 이탈리아전 때보다 100만명이 많은 500여만 명의 인파가 모여 거리 응원을 펼쳤다.
서울은 세종로 네거리와 시청 앞 광장에 각각 60만명, 영등포구 여의도 LG무대에 15만명,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10만명 등 모두 165만명이 모였다. 특히 토요 휴무 등으로 가족과 함께 응원장을 찾은 '붉은 악마 가족'들도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광화문 앞 열린 광장을 찾은 김승연(37)씨는 "그 동안 TV를 통해 길거리 응원을 구경만 했는데 토요 휴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나왔다"며 "한국이 승리해 온 가족이 함께 부둥켜 안고 '대~한 민국'을 외쳤다"고 즐거워 했다.
대학생 김재국(20)씨도 "학교 영어동아리 회원 10여명과 함께 오후 광화문에서 스페인전을 관람하고 종로에서 단합대회를 하기로 했다"며 "상암구장에서 4강전을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거리응원을 펼치던 많은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시내 주요 도로에서 경축 거리행진을 벌이며 환호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붉은 악마 응원단 등은 세종로와 종로방면 도로를 일부 점거하고 4강의 기쁨을 한껏 만끽했다.
◇'아! 4강 '열광 또 열광="한국축구의 기적은 계속 된다"'승리의 밤'서울시청과 광화문 주변을 꽉 채운 160여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은 '믿기 힘든 기적'앞에 열광 또 열광의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특히 이날 시청 주변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은 '스페인 무적함대 한국 4강(死江)에 침몰하다' 등 재치 넘치는 피켓을 앞세우고 한국의 승리를 자축했다.
또 울산에서 광화문의 붉은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 올라왔다는 이승용(20)씨는 "월드컵 개막전 한국이 4강까지 오를 줄은 국민 누구도 생각치 못한 일"이라며 "전차군단 독일까지 이기고 결승까지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강 기쁨에 아파트 단지들도 들썩댔다. 대부분 직장의 휴무로 가정에서 TV를 통해 한국팀의 승리를 접한 시민들도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라 '대~한 민국'을 연호했다. 게다가 고층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베란다로 나와 세숫대야를 다섯 박자 박수에 맞춰 두드려 주민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4강의 도시'광주=승리의 도시 광주에서는 1,500여발의 축포와 함께 시민들의 축하 함성은 무등산을 뒤흔들었다. 이날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에 20만명, 상무시민공원 5만명, 첨단지구 쌍암공원 3만명, 남구청 광장 2만명 등 거리응원에 나선 50여만명의 광주시민들은 '4강의 도시, 광주'라는 피켓을 앞세우고 거리 곳곳을 누볐다.
특히 금남로에서 이어진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는 대전의 국악기 제작회사가 만든 세계 최대인 지름 2m40㎝, 무게 1.5톤의 북이 승리를 알렸다.
회사원 김지원(21ㆍ광주 광산구 월계동)씨는 "정말 믿기지 않는 4강 기적이 우리고장에서 일어났다"며 "광주가 이제 '민주화의 도시'뿐 아니라 '4강의 도시'로 기억돼 너무 기쁘다"고 흥분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