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증시 '돈 + 정책 + 심리' 3박자 랠리… 뭉칫돈 빨아들이는 '블랙홀' 부상

■ 달아오르는 중국 증시

신규계좌만 반년새 1373만개… 하루 거래대금도 176조원 넘어

상하이지수 두달간 35% 급등… 홍콩증시도 한주새 7.3% 올라

美증시 닷컴버블 때와 판박이… "주가붕괴 충격 더 클 것"우려


베이징 동즈먼에서 헤이처(불법자가용 영업)를 하는 왕원셩(29)씨는 지난 2월부터 휴대폰의 첫 화면을 바꿨다.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의 수익률에 매달렸던 왕씨는 요즘 주식투자를 한다. 허난성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왕씨는 한가한 오후 시간에는 근처 증권사를 찾아 종목 찾기에 나서는 게 일과다.

중국 상하이 증시가 7년 만에 4,000선을 돌파해 쉼 없이 달리자 중국인들이 주식에 푹 빠졌다. 중국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과 정부의 경기부양책, 뜨거워진 투자심리 3박자가 갖춰지며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하에 갈 곳 잃은 뭉칫돈도 증시로 몰려든다. 여기다 계좌보유제한 해제 등 정부의 증시 부양책도 상하이 증시를 달구고 있다.


◇상하이, 홍콩으로 이어지는 상승세=상하이지수는 지난 1년간 87% 상승했다. 특히 2월9일 이후 상승세는 더 가팔라져 불과 두 달 만에 무려 35.2%나 급등했다. 상승세는 대형 금융주와 증권주를 시작으로 수출 관련 종목들로 확산된 후 최근에는 인터넷 관련 종목이 뒤를 잇고 있다. 인터넷 투자정보 업체인 다즈후이로의 경우 올 들어 13일까지 무려 396.66% 올랐다.

관련기사



상하이지수 급등은 자연스럽게 홍콩 증시로 전이됐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주에만 7.3% 상승하며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등한 상하이에 비해 홍콩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일 기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가치는 총 4조9,000억달러(한화 약 5,359억원)로 일본 증시(5조달러)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돈·정책·심리의 합작품=중국 증시를 상승세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유동성이다. 13일 중국등기결산공사(증권예탁원)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신규 계좌가 1,373만개를 넘어섰다. 신규 계좌 가운데 43%가 처음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거래대금도 이미 1조위안(한화 약 176조6,8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증시 거래대금 400억~500억달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증시 상승에 불을 붙인 것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상하이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한 후강퉁 시행 뒤 한 달 만에 주가는 40%가량 올랐다.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한 차례의 은행 지급준비율 완화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의 대형 국책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의 구체안 발표는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버블 우려도 커져=2000년 초반 미국 증시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과 현재 중국 증시는 닮은꼴이다. 21세기경제보가 올 들어 상승한 시장별 10대 종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인터넷 관련 업종들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인터넷 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중국 정보기술(IT)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미국 IT주보다 43%나 높다. 급격한 상승세에 따른 거품이 붕괴될 경우 중국 투자자들의 손실에 따른 충격은 2000년 미국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빈센트 챈 크레디트스위스 홍콩 리서치본부장은 "IT, 특히 인터넷 성공 신화를 등에 업은 중국인들의 투자심리는 지나치게 맹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