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처와 여체의 美가 만났네

북촌미술관 27일까지 박종민 개인전<br>경주 남산 불상서 받은 감동 현대감각 재해석<br>4등신 투박한 여체들 한국적 정감 물씬 풍겨

‘대지에 피는 꽃’

두상’

번뇌와 속박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은 부처와 속세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여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북촌미술관에서는 불교미술과 조각을 전공한 박종민 씨의 개인전이 27일까지 열린다. 최근 작업한 불상과 여체 30여 점이 선보인다. 여체 조각으로 일가를 이루었던 박종민 씨가 경주 남산에서 본 수없이 많은 불상에서 받은 감동을 돌에 새겼다. 그의 불상은 부처의 근엄함과 깨달음을 현대적 세련미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장에 놓인 박종민의 여체는 늘씬한 팔등신 대신 모두 아담한 사등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매끈한 대리석에 조각된 사등신의 투박한 여체는 한국적 인상과 더불어 여유로움까지 담고 있다. ‘봄봄’ ‘문득’ ‘수줍음’ ‘기다림’ ‘순이’ 등 이름만으로도 정감이 느껴지는 조각 앞에서 서면 귀에 익은 민요가락이라도 흘러나올 듯 하다.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관에서 조각을 공부한 박종민 씨는 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번 전시회에는 유럽 각 지역의 특색있는 대리석을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이탈리아산 흰대리석으로 조각한 토루소(다리가 없고 머리와 몸통만 있는 인물상) ‘한가로운 시간’은 비너스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포르투갈 분홍 대리석으로 빚은 ‘봄봄’은 밭일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의 다소곳함이 전해진다. 이탈리아산 갈색 대리석으로 만든 ‘대지에 피는 꽃은 이집트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벨기에 검은 대리석으로 된 토루소 ‘나비’는 여인의 꿈을 표현하며 생명을 얻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노동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그의 작품에는 민족적인 미학을 염두에 두면서도 미술의 시대정신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피안(彼岸)의 아름다움인 불상과 차안(此岸)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여체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02)741-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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