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이노베이션·텔레콤 등 주요그룹사 중심으로 투자 확대
중장기론 맥 끊겼던 해외사업 지원… 사우디 '사빅' 등과 유대 강화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소 이후 릴레이 사장단회의를 가져온 SK가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그룹 전체의 중장기 경영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공백기간이 길었던 만큼 '지체할 틈이 없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묻어난 결과다.
더불어 국민의 기대 속에서 사면과 복권이 동시에 이뤄진 만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방안으로 화답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중장기 비전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감생활 동안 전연 손을 댈 수 없었던 글로벌 사업, SK루브리컨츠의 매각 또는 상장 등 좌초된 경영 현안에 대해서도 차례로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16일 경영진과의 회의에서도 중장기 경영비전의 세부적인 내용을 토론했다. 큰 틀은 주요 그룹사에 대한 투자확대, 해외 시장 공략 강화, 사회공헌 강화 등 세 가지다. 이는 앞으로 수년간 최 회장의 경영방침을 규정 지을 항목들이기도 하다.
SK 측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확대는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3개 그룹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출소 직후에도 "에너지·통신·반도체 분야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30%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사상 최고 실적을 2년 연속 경신했지만 차세대 메모리 시장 공략 등을 위해 추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고성능 모바일 D램이나 낸드플래시 부문 등에서 선제 투자에 나서야 지금의 호황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총 6조원의 투자계획을 예고했지만 여기에 수조 원대의 추가 투자가 더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 등 해외 석유개발(E&P)과 해외 공장 등에 추가 투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하락으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영업적자 2,300억여원)를 냈으며 올 상반기의 회복세가 하반기에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자원개발·석유화학 등 비(非)정유사업 비중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다. 전통적인 통신사업의 수익성 하락으로 수년째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SK텔레콤에도 대대적인 수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사모펀드와의 매각협상이 중단된 후 기업공개(IPO) 절차도 중단한 SK루브리컨츠 등의 경영 현안도 서서히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동안 맥이 끊겼던 해외 사업에도 최 회장의 지원사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수감 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일본 'JX에너지', 중국 '시노펙'의 최고경영진과 직접 사업협력을 담판 짓고 각 그룹사의 성장동력을 마련해왔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외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2년 7개월여 동안 ADT캅스, 롯데렌탈,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 등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화·롯데처럼 국내외에서 1조원 이상의 굵직한 M&A를 단행할지 이목이 쏠린다.
이 밖에 대전과 세종의 두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두 지역의 창업 활성화와 스마트농업·스마트러닝·스마트헬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서비스의 사업화를 지원해왔다.
SK그룹의 사회적기업 지원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옥중에서 사회적기업 관련 서적을 집필·출간할 정도로 관련 사업에 관심이 높다. 이를 통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 현황을 챙기면서도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