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생명·행복에도 가격표가 붙는다면…

■ 모든 것의 가격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김영사 펴냄)<br>신앙·미래가치·죽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격 메커니즘 들이대



"가격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대전제 아래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자는 상품과 노동뿐 아니라 생명, 신앙, 행복, 미래까지 가격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무형의 가격들이 어떻게 인간을 움직이는지, 가격이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났을 때 어떤 손실을 가져오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가격의 통제를 받고 있는지 흥미롭게 분석한다. 우리는 대개 쇼핑의 관점에서 가격을 생각해왔다. 일반적으로 가격은 소비를 제한하고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 최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어디에 자원을 투자해야 할 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사회의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저자의 관점은 그 같은 가격이 단순하게 상점에서 구매하는 물건에만 붙어있는 게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생명, 신앙, 행복, 미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슈에 대해서도 가격메커니즘을 들이댄다. 인간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 대상이 자신만 아니라면 기꺼이 가격을 매기고 있다. 미국은 9ㆍ11테러 희생자 2,880명의 가족들에게 보상기금을 통해 평균 200만 달러를 지급했다. 하지만 연봉 400만 달러 이상 8명의 희생자 가족에게는 640만달러, 최저가격의 희생자 가족에게는 25만 달러를 차등 지급했다. 96명의 가족들은 항공사를 고소하는 방법을 통해 몇 년 뒤 합의금으로 평균 500만 달러를 챙겼다. 종교의 경우를 보자.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더 종교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여성이 노동을 통해 버는 수입이 남성보다 작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여성이 종교에 투자할 때 포기해야 하는 소득이 남성보다 크지 않아 쉽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로의 가격인 '공짜'는 너무 매혹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에서 학생들에게 10달러짜리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1달러에 사거나 20달러짜리 기프트 카드를 8달러에 사라는 제안을 한 결과 3분의 2가 20달러짜리를 택했다. 전자의 이득이 9달러, 후자가 12달러였으니 상식적인 선택이었다. 반면 두 카드의 가격을 각각 1달러씩 낮춰 부르자 전원이 10달러짜리를 택했다. 20달러짜리를 7달러에 구매할 경우 13달러의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30달러짜리는 '완전히 공짜'라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갤럽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1만 5,000달러~2만 5,000달러 정도의 공돈이 생기는 것은 결혼을 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행복도 증가를 가져오며 17만 달러~18만 달러를 잃는 것은 자녀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불행감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소득 2만 4,000달러 아래인 미국인들 가운데 30%가 우울증을 겪는 반면 연간 소득 6만 달러 이상인 미국인 가운데 우울증세를 겪는 사람은 13%로 집계됐다. 물질적 부가 행복의 가격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또 가격기구의 작동이 실패했을 때와 그 같은 실패를 불러오는 인간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사회학과 경제학, 심리학 등을 통해 입증한다. 저자의 기본적인 관점은 가격 메커니즘이 실존하는 모든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심지어 인간의 삶까지 통제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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