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삶 그리고…] 서민호 텔레칩스 사장

"반도체칩 설계, 대기업 이길수있다" 확신 3년만에 업계 선두권<br>성장 잠재력 감안 아이템 승부가 주효<br>휴대폰등 4개분야서 600억 이상 매출




"조반유리(造反有理)란 말을 아시나요?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항상 이 말의 참 뜻을 되새기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죠."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텔레칩스의 서민호(43)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묻자 다소 생뚱맞게 '조반유리'란 화두를 던졌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을 뒤덮었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슬로건이었던 이 말은 '반대하는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 서 사장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 어떤 결단을 내릴 때는 합당한 '명분'과 '논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삼성전자(85~93년)의 잘 나가던 엘리트 사원에서 씨앤에스테크놀지(93~99년)의 창업 멤버로 출사표를 쓴 것은 관리직보다는 기술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 이후 텔레칩스를 설립한 것도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부문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분야에 뛰어든 것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했을 때 이길 수 있는 아이템'이란 '논리'를 시장에서 찾았기에 가능했다. 씨앤에스를 나와 사업 아이템 구상에 몰두하던 서 사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건 지난 99년. 씨엔에스에서 무선가입자회선망(WLL)을 연구하다 항상 앞 길을 가로막았던 루슨트테크놀로지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참관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씨앤에스의 연구원은 고작 5명이었지만, 루슨트는 5,000명에 달했던 것.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느꼈다. 서 사장은 "중소기업은 소규모 인력으로 응집력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며 "원천기술 등 표준 종속이 심하고, 인원이 많이 필요한 양방향통신은 접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숙고를 거듭한 끝에 반도체 설계 쪽을 선택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틈새시장인 데다, 신제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3년 정도가 걸려 의사결정 라인의 변화가 심한 대기업이 손대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창업 초기에는 발신자표시장치와 관련된 유선전화기 칩 시장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지면서 부도 위기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칩이 적용되는 아이템을 늘려가며 꾸준히 성장, 매출이 ▦2002년 136억원 ▦2003년 269억원 ▦2004년 461억원 ▦2005년 603억원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는 반도체칩 라인업이 ▦MP3플레이어 ▦카(홈)오디오 ▦휴대폰 ▦모바일TV 등 크게 4개 분야로 갖춰졌다. 서 사장은 "포화된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해서는 어렵다"며 "시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왜 물건이 팔리는지'에 대한 논리를 찾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투명경영에 대해서도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전직원이 7명에 불과했던 창업 당시부터 증권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처음부터 공과 사를 구분해 재무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후일 쓸데없는 분란이나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서 사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분야가 업계의 연구개발 상용화 노력으로 겨우 3년여 만에 급속도로 발전했다"며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고 있는 아이템을 4개 이상 가진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위상을 더욱 확고히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MP3P등 반도체칩 응용제품군 다양" ● 텔레칩스의 강점 텔레칩스의 강점은 반도체칩의 응용처가 제한적인 타 업체와는 달리 다양하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매출비중은 ▦MP3플레이어용 반도체칩 52% ▦카(홈) 오디오용 반도체칩 20.6% ▦휴대폰 ㆍ모바일TV용 반도체칩 16.8%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및 디지털오디오방송(DAB) 베이스밴드칩 6.7% ▦유선전화기칩 3.5% 등이다. 회사측은 각 어플리케이션별로 응용제품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민호 사장은 "개별 어플리케이션 분야마다 이슈가 있다"면서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치중하기보다 모든 분야에서 제품 포지션을 골고루 넓혀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까지 반도체칩의 신규 적용처를 2개 이상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말에는 유럽 디지털방송 표준인 DVB-H시장을 겨냥한 반도체칩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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