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T&G "우호세력 모여라" 속속 결집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13일 가칭 'KT&G 성장위원회'를 결성, KT&G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번 KT&G 주총에서 의결권 3.44%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도 내부적으로 KT&G 지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타 국내 투신사들의 KT&G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1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펀드 및 해외 기관투자가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의 아이칸 지지 발언으로 수세에 몰렸던 KT&G가 경영권 분쟁 관련 반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우리.기업은행, KT&G 백기사 역할 나서 KT&G 주주총회를 4일 앞두고 KT&G 측을 지지하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투신권의결집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백기사'(White Knight), `백지주'(White Squire) 가능성이 본격 부각되고 있다. KT&G는 이날 "우리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KT&G 성장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실사를 요청해왔다"고 공시했다. KT&G 성장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정식 실사 요청서를 KT&G 측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G의 의결권 3.44%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14일 오전 `주식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회의에 앞서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칼 아이칸에맞서 KT&G를 지지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의 주식 의결권 행사 방침상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KT&G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투신권도 KT&G 지지 의사를 잇따라 밝히면서 '백지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KT&G에 따르면 주총 의결권 행사 방침 공시 시한인 지난 10일까지 34개 투신사가 KT&G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들 투신사가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약 624만주로, 전체 의결권가운데 4.25%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우리자산운용은 KT&G 의결권을 1%나 확보하고 있어 `백지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호주주 가운데 규모가 크거나 경영권 참여 정도가 강한 경우를 `백기사'로 부르고 규모가 작거나 경영 참여 정도가 약한 경우를 `백지주'로 일컫는다. 우리자산운용이 KT&G 주식을 147만주(의결권 1.00%), 한국투신운용이 72만주(0. 49%),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51만주(0.35%), 신영투신운용 48만주(0.33%), 농협CA투신운용(0.29%), 삼성투신운용외 2개사 39만주(0.27%) 등이 KT&G의 현 경영진 지지를 선언했다. ◇KT&G 성장위원회, 우선 자사주 매입 주력 KT&G 성장위원회는 일단 KT&G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KT&G를 도울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경영권 방어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판단, KT&G 성장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가장 높은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자사주 매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사를 하는 이유는 KT&G의 실제 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높거나 낮을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사 기간이 얼마나 될 지 현재로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KT&G 성장위원회의 자사주 매입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는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법 및 증권거래법에 정통한 한 법률전문가는 "법적으로 자사주 매입 가격에관한 규정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각 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조금높은 선에서 책정된다"면서 "만약 시장가격 이하로 자사주를 팔 경우 시장에서 배임죄 등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T&G 성장위원회의 자사주 매입 규모도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시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두 회사가 얼마만큼의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기업은행의 경우 유가증권투자한도가 약 1조5천억원 정도 여유가 있지만 이 금액 모두를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위험분산 차원에서 같은 우리금융지주 소속의 사모펀드인 우리PEF와 우리투자증권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24일 자사주 일부 소각 후 현재 KT&G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모두 1천555만8565주(9.75%)다. 현재 KT&G의 주당 가격이 5만7천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자사주전부를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9천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KT&G 성장위원회는 일단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입장이어서 자금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사주 매입 외에 다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말고 검토 중인 방안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KT&G 긴급 이사회 소집, 실사 허용 여부 결정 KT&G 성장위원회 요청 관련, KT&G는 이날 오후 4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다. KT&G 관계자는 "오늘 열리는 이사회는 KT&G 성장위원회의 실사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KT&G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소집 5일 전까지 이사회 멤버들에게 통보해야 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3일 전까지, 이사회 전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소집절차를생략할 수 잇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소각한 자사주와 달리 현재 KT&G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주가 안정용으로 매입한 것으로 법적으로 전부 매각이 가능하다"며 "이사회에서 실사를 허용할 경우 내일 당장 실사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각 규모나 가격, 시기는 실사가 끝난 후 KT&G 성장위원회에서결정하며 KT&G는 추후 이사회를 열어 다시 이같은 제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할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KT&G의 자사주 매각 및 백기사 확보가 이미 예정된 수순이어서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동면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호세력이 백기사로 나서 자사주를 가져갈 것으로 시장에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심리적인 것 이상의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본다"면서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는 만큼 향후 인수 규모와 가격,일정 등의 요건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KT&G에서 자사측 우호지분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는 40% 지분 외에 9% 대에이르는 자사주를 백기사에 매각할 경우 우호세력은 50%에 이르러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다소 유리한 입장에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칸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 20∼30% 대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경영권이 넘어갈 확률 또한 극히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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