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OPEC 감산 불발] "셰일 잡으려 유가 추가하락 용인" 사우디 10년 내다본 승부수

美 셰일업체 스트레스 테스트 본격화 예고 속

"카르텔 붕괴 땐 35弗까지 하락" 극단적 전망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로 기록될 27일 석유장관회담에서 회원국들은 인위적인 유가 부양을 포기했다. 국제유가가 지난 5개월 동안 40% 가까이 급락해 일부 회원국들이 재정위기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지만 OPEC은 현 생산량 유지를 고수해 사실상 추가 유가하락을 용인하기로 했다.

이 같은 OPEC의 선택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5개 걸프만 산유국들이 50년 전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로부터 국제 석유 패권을 뺏어오기 위해 창설한 OPEC은 유가 급변동 시기마다 대규모 감산과 증산 등을 통해 국제유가를 주물러왔다. 가장 최근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번에 걸쳐 하루 420만배럴에 달하는 감산을 결정해 이후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OPEC의 결단에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10년을 내다보는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감산을 해봤자 어차피 유가하락 대세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시장점유율만 하락할 뿐이라는 것. AP통신은 사우디가 "단기간 고통을 감수해야만 유가를 수년간 80달러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로 회원국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낮은 유가가 지속되면 평균 생산 단가가 배럴당 65달러선 안팎으로 추정되는 미국 셰일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공급안정을 가져온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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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인사이더에서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술이 아닌 전략을 택했다"고 논평했다고 전했다. 일부 산유국들의 주장대로 100만~200만배럴가량 감산할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셰일이나 북해 심해유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등 경쟁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OPEC의 점유율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엘에리언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사우디가 오히려 증산을 택하면서 이후 10년간 유가는 초호황기를 맞을 수 있었다"고 상기시키면서 사우디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평했다.

OPEC이 유가 방어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는 60달러선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최대 정유사인 로즈네프의 이고르 세친 대표는 내년 상반기 유가가 60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 산유국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유가의 점진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전적으로 내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회복 여부에 달렸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OPEC 카르텔이 붕괴되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의 원유증산을 선도했던 셰일업체들은 본격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등 생산 단가가 높은 셰일가스 생산지역은 이미 일부 생산중단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시장 생산 비중 높은 바켄(노스다코다), 이글포드(텍사스) 등에 위치한 대형 셰일업체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70달러선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도 유가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OPEC은 입장을 바꿔 대규모 감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라파엘 라미네스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향후 감산으로 가기 위한 첫번째 단계"라고 말하며 유가상승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감산을 계속 주장할 방침임을 밝혔다. OPEC은 내년 6월 다시 회의를 열어 감산 여부와 전반적인 유가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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