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7 발명의 날/21세기 기술전쟁 내실을 다져라

◎세계 5위 출원대국불구 “외화내빈” 지적/국내외 산재권분쟁 급증 공세대처 필요/건수늘리기 경쟁 지양… 심사적체도 해소돼야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과 함께 세계 각국이 신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발명과 특허」가 21세기 기술전쟁시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허·실용신안 등 무형의 산업재산권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데다 기술개발에 뒤져 특허권를 획득하지 못한 기업은 언제 어떤 특허침해 소송에 걸려들어 막대한 로얄티를 지불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산업재산권분쟁(등록전 이의신청·심판·항고심판·상고)에서는 승패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패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에도 불구하고 산재권을 활용할 수 없고, 그동안의 수익을 배상해야 하는 막대한 손해를 떠맡게 된다. 각 국이 산재권 보호제도를 강화시키고 권리보호의 대상을 영업비밀은 물론 데이터베이스(DB)·소프트웨어·반도체 회로설계·생명공학기술등 이른바 신지적재산권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80년 5백73건에 이르던 국내 산재권 심판청구는 90년 1천4백64건, 94년 1천7백12건으로 늘었다. 95년에 이례적으로 1천5백12건으로 감소됐지만 지난해 다시 1천6백6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95년말 현재 외국인이 우리나라 기업 또는 특허권 소유자를 대상으로 특허청 심판소에 제기한 심판청구건수는 산재권분야에서만 모두 2백35건.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대로 2010년 국내총생산(GDP)규모가 세계 8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려면 무엇보다 발명에 대한 국민적 붐을 조성하고, 특허 및 실용신안 등의 산재권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의 상표와 기술을 모방, 도용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중국 동남아 등지의 후발개도국으로부터 우리의 산재권을 보호하는데도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다. 「도루코」 「박카스」 「신라면」 등의 상표가 중남미와 동남아 등지에서 도용당하고 있으며, 상표뿐 아니라 반도체·컴퓨터·정밀기계·합금분야에서도 선진국과의 특허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김수동 특허청 차장은 『국내업체들도 이제는 산재권의 속성과 국제적 판도를 명확히 알고, 수세가 아닌 공세적인 자세로 애써 얻은 산재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산업재산권 4권(특허·실용신안·상표·의장)출원은 지난 80년 3만7천2백61건에서 95년 24만1백9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14.1% 증가한 27만4천69건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기술발전의 지표가 되는 특허는 95년 7만8천4백99건에서 15.1% 증가한 9만3백26건 늘었으며 실용신안도 15.0% 증가한 6만8천8백22건이 출원됐다. 이러한 출원증가로 지난 95년 산재권출원건수에서 일본·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5위권의 출원대국으로 부상했다. 산재권의 이례적 급증은 기술및 산재권전쟁시대를 맞아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양적증가에 대해 외화내빈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적잖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출원된 산재권은 5만8천5백56건으로 1∼11월의 매달 평균 출원건수인 1만5천여건의 4배에 달했다. 특허나 실용신안과 같은 기술내용이 하루아침에 급조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출원내용의 수준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우리 업체들이 첨단기술은 고사하고 출원건수를 늘리기 위해 과당경쟁을 일삼고 있어 오히려 특허행정의 인력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심사적체는 특허청 최대의 해결과제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산재권을 신청해 심사를 받으려면 평균 3년이 걸린다. 심사관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현재 특허청내 특허심사관 수는 2백62명. 이들은 지난해 27만건의 신청을 받아 1인당 연평균 1천여건을 심사했다. 한 사람이 휴일도 없이 하루 2∼3건이 넘는 심사를 해 온 셈이다. 이는 일본이 1인당 연간 2백50여건, 미국이 80여건을 심사함에 따라 심사대기기간이 각각 2년, 1·7년에 그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심사기간 단축을 위한 심사인력의 충원 등 특허행정의 선진화가 시급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허청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특허심사 및 심판인력을 오는 2000년까지 총 1천85명으로 증원키로 한 「특허청 직제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심사적체 해소를 위한 제도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 올해안에 심사 및 심판인력 1백97명까지 늘려 1차적으로 6개월정도 심사처리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발명과 특허 등 지적재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경우 발명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개인발명가와 중소기업이 겪은 억울한 사례가 많다. 자금과 조직이 부실한 개인발명가와 중소기업은 애써 개발된 특허품을 단숨에 모방하는 악덕 업체들때문에 발명의욕을 상처받기 일쑤다. 올해 32회 발명의날 기념 전국발명진흥대회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이해남 국제발명가협회사무총장은 『특허권은 개인의 재산을 떠난 국가의 재산인 만큼 발명의 개발성과를 존중하는 국민적 풍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독일처럼 기술판사들이 재판하는 특허법원 같은 산재권분쟁처리제도가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박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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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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