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ㆍ민주통합당 대표와 원내대표ㆍ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정부조직개정안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박 당선인의 취임식(25일) 전 마지막 평일이었던 이날은 새 정부 출범 전 정부 조직 개정을 할 수 있는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이 오래 전에 이뤄졌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는 방송진흥 분야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는 문제를 두고 끝내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다.
합의가 불발된 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민주당 주장은) 정부가 과거 방송에 개입하던 시기를 연상하면서 '교통사고가 날 테니 새 차를 타지 말고 옛날 차를 타자'는 것과 같다"며 "새 시대를 맞아 국민 열망에 부응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나가자는 우리 당과 근본적인 시각 차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합의 거부는 정부 출범일 전 어떻게든 협의를 보장했던 우리 당과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여당인지 민주당이 여당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마저 나온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번 정부조직개정안에 검찰 개혁안이 포함돼야 함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구체적인 검찰 개혁 의지와 로드맵이 없다면 협조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정부조직개정안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본회의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정부조직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와 맞물려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무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 전원의 인사청문회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실시될 예정이다. 신설 부처 수장인 미래창조과학부ㆍ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는 정부조직개정안 처리가 되지 않아 인사청문요청서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아파트 특혜 분양, 증여세 탈루 의혹의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군 브로커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로펌 재직 시절의 고액 연봉 및 전관 예우 논란이 일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 이중국적 논란에 휩싸인 김종훈 미래부 장관 내정자 등에 대해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일부 장관 내정자들의 낙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내정자 중 일부가 중도하차할 경우 온전한 내각 구성은 오는 4월에 가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더해 청와대 진용도 아직 짜여지지 않은 상태다. 실장과 수석비서관들만 내정됐을 뿐 실제 업무를 주도하는 34명의 비서관들이 인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을 제외한 주요 청와대ㆍ내각 인사 모두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활용해야 할 상황이어서 상당 기간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