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IPTV, 소비자 중심에서 보자

역사적으로 미디어 산업이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는 통상 세 가지 요인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신기술ㆍ규제 그리고 콘텐츠이다. 우선 신기술은 라디오ㆍTVㆍVCRㆍ위성ㆍ케이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장을 태동시키는 씨앗이 됐다. 매력적인 시장의 창출은 많은 기업들의 경쟁적 진입을 가져왔고, 이는 필연적으로 소유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이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 곧 규제가 만들어지게 됐다. 방송산업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통신·방송 영역구분 의미없어 RCA가 1926년 라디오 방송국인 NBC를 설립한 후 방송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면서 주파수 혼선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NBC는 연방정부에 주파수를 배분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됐고, 이것이 바로 방송에 소유권 개념이 등장하게 된 계기다. 그 결과 1927년 라디오법(the Radio Act)이 제정됐으며 규제기관으로 오늘날 연방통신위원회(FCCㆍ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의 전신인 FRC(Federal Radio Commission)가 설립된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시장의 질서를 만들고 자율적인 작동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는 미디어 산업의 시장 확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례로 컬러TV의 경우 최초의 컬러TV수상기가 나온 것은 50년대 중반이었지만 컬러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60년대 들어 각 방송사들이 완전 컬러TV 방송을 실시하고 난 후였다. 컬러TV 프로그램의 공급이 늦어지면서 10년간의 암흑기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방송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몰고 온 IPTV에서도 미디어 산업의 3대 동인은 그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TV는 쌍방향성, 다채널화, 고객 맞춤형 방송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됐다. IPTV를 통해 이용자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게 됐고 교육ㆍ전자상거래ㆍ게임 등 기타 쌍방향적 서비스도 가능하게 됐다. 이것은 TV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였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수동적 주체에 불과했던 시청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개념의 소비자로 바뀌었고 방송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게 됐다. 이에 따라 IPTV에 대한 시장전망도 낙관적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전세계 IPTV 가입자가 2005년 300만명 전후에서 2010년께 10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앞 다퉈 내놓았다. 바야흐로 방송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을 맞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규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미디어 역사에 비쳐봤을 때 그리 낯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 통합의 진통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역행할 정도로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규제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 조정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다. 이미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미 통신과 방송의 영역을 허물며 전반적인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방송ㆍ통신융합기구의 골격조차 나오지 않아 IPTV 서비스가 언제 개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논쟁 끝내고 콘텐츠 발굴할 때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서 IPTV가 방송이냐 통신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토마토가 과일이냐 야채이냐를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별 의미가 없다. 방송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공익성의 의미와 이에 대한 해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인터넷ㆍ디지털기기 등을 통해 달라진 미디어 형태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제 IPTV에 관한 영역 다툼식의 논쟁을 끝내고 업계 전체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 발굴에 부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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