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쉬리'감독 강제규씨

아무래도 한국영화계에 스타 감독이 한 명 등장할 모양이다. 몇년전 「은행나무 침대」로 히트를 친 강제규(37) 감독이 요즘에는 액션물 「쉬리」로 영화사에 기록될 신화 한편을 연출중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나 팬들의 성화가 주연배우들을 능가할 정도라고 하니 그렇다는 얘기다.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서울 개봉영화가 늦게 도착하는 것을 참지 못해 주말이면 부산으로 달려가 화면 가득히 눈동자를 굴렸던 강제규 감독은 이제 자신을 둘러싸고 쳐다보는 갖가지 눈초리에 힘이 돋기도 하고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한국영화의 새지평을 열다」 「이제 한국영화의 장래는 강제규 감독에게 물어보아라」등에서부터 「떼돈을 벌고 있다」「영화는 잘 못 만드는데 운이 좋은 편이다」「낡아빠진 반공 이데올로기를 때빼고 광내 비싸게 팔아먹었다」 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그를 둘러싸고 전해진다. 『물론 운이 따른 것을 인정해야죠.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지난 몇년간 급속히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쉬리」는 한국 영화 전체가 쟁취한 신뢰성의 덕을 보았어요.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중 경쟁할만한 액션 영화가 없었다는 것도 큰 도움이었습니다.』 「쉬리」에 대한 관객의 호응도는 영화사측도 놀랄 정도로 높은 편이다. 출구조사를 통해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물으면 90% 이상이 「기대 이상이다」 또는 「매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번째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극장 상영이 거의 끝날 무렵인 96년 5월부터 시나리오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제작비 조달이었지요. 지난해 초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투자처를 물색하다 삼성영상사업단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사 한 분이 시나리오를 절반도 읽기 전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25억원 가량으로 계상된 제작비 이야기를 듣자 삼성측이 근심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고 강 감독은 회고했다. 아무래도 도박의 판돈이 너무 컸기 문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IMF(국제통화기금) 한파가 막 시작되던 시점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주사위는 금세 던져졌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아무리 할리우드식의 액션물을 만든다 해도 아직까지는 그들만큼 할 수는 없지요. 때문에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 첩보기관 내부의 갈등등 부족한 액션을 보완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시켰지요.』 후일담이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강 감독의 재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이 된바 있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장미의 나날」 「게임의 법칙」등화제작들이 모두 그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북한 특수부대가 훈련이라는 목적을 위해 실제 살인을 저지르는등 반공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감독은 『오직 사실을 말하려 했을뿐이었다』면서 『남한의 이야기를 만들었더라도 사실에서 조금도 과장하거나 축소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욕구보다는 돈이 되는, 다시말해 영화를 산업으로 자리잡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다 영화판에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시나리오 작업시 러닝시간 예상에 착오가 생긴 점과 신경쓸 일이 많아 배우의 연기지도에 소홀한 대목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강 감독은 『이제부터는 한국영화의 해외배급에 더욱 노력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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