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갈등과 분열 현대가] <상> 주주 이익 내세운 백기사의 두 얼굴

현정은 회장과 '혈연의 끈' 끊어지나<br>현대그룹"상선지분 인수는 백기사 아닌 흑기사"<br>현대重 '현대 정통성' 사돈家 넘어갈까 우려한듯<br>일부선 "경영권 보다 현대건설 노리는듯" 분석도


[갈등과 분열 현대가] 주주 이익 내세운 백기사의 두 얼굴 현정은 회장과 '혈연의 끈' 끊어지나현대그룹"상선지분 인수는 백기사 아닌 흑기사"현대重 '현대 정통성' 사돈家 넘어갈까 우려한듯일부선 "경영권 보다 현대건설 노리는듯" 분석도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과거 현대그룹을 일궈낸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과 넷째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하나같이 4월이었다. 정 회장이 작고한 지 5년째를 맞은 2006년 봄. 현대가는 또다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이고 있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의 신경전은 이제 범현대가 전체의 정통성 문제로 번질 조짐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른바 ‘시동생의 난’으로 불리고 있는 현대가 사태의 전말을 파헤쳐보고 향후 전망을 가늠해본다. 지난달 27일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빌딩 12층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갑자기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를 방문, 현대상선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분 인수의 명분은 분명했다. 바로‘백기사’로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현대가 경영권 분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백기사의 ‘두 얼굴’=숱한 경영권 분쟁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움직임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현 회장의 귀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이자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정몽진 KCC그룹 회장과 자주 만났다는 정보까지 들어왔다. 지난 2003년 KCC로부터 당했던 뼈저린 과거가 사무쳤던 현 회장은 곧바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단정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2003년 3월 KCC 측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뮤추얼펀드와 사모펀드 등을 동원해 지분매입에 나섰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現 회장으로서는 당장 꺼내들 묘수가 없었다.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막으려 해도 최대주주로 떠오른 현대중공업의 제지를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현대그룹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대응책이라고는 여론 몰이를 통한 ‘명분 싸움’밖에 없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세ㆍ3세로의 후계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다 자칫 대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시험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이익 극대화’ 내세운 속뜻은=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과거 현대가의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후유증”이라고 분석했다. 고 정 명예회장 시절부터 벌어졌던 ‘대권 경쟁의 후속편’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 측이 지분 재매각 요구에 대해 ‘주주 이익 극대화’를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과거 범현대가를 지탱해왔던 ‘혈연관계의 끈’이 사실상 의미를 상실했다는 얘기로도 들릴 수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만큼 현 회장을 같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그룹의 진정한 노림수는 현대그룹 경영권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늘의 현대그룹에 한해 현 회장의 지배력을 인정하되 ‘내일의 현대’나 ‘확장된 현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이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그룹이 향후 현대건설 공개매각 과정에서 새 주인으로 나설 경우 현대가로선 모태 기업을 사돈가에 빼앗기게 되는 셈이 되므로 현대상선 지배권을 카드로 삼아 현대그룹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측간 갈등의 양상은 사실상 현대건설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가의 적통성을 둘러싼 범현대가의 오랜 싸움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5/0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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