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뿔난 김중수

"한은 일을 해야지 왜 가나" 경제상황 점검 회의 불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서별관회의)에 불참하면서 정부와 한은 간 기싸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교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히려 갈등만 더 불거진 것이다.

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찬 형식으로 진행된 서별관회의에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해 경제상황과 경기부양 대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참석이 예상됐던 김 총재는 자리에 없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계획을 밝힌 상태에서 이날 금리인하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논의가 있을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이날 김 총재는 한은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은 일을 해야지 왜 가나"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총재의 서별관회의 불참을 놓고 시장에서는 김 총재가 당ㆍ정ㆍ청이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한 데 따른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 한은 총재가 서별관회의를 참석하면 금통위가 정부 요구대로 금리를 인하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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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재의 사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은행법이 전면 개정된 1998년 이후 이어져온 한은 총재의 임기보장 전통이 깨지는데다 김 총재가 사퇴해버리면 정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깨뜨린 데 따른 부담을 두고두고 지고가야 한다. 김 총재의 전임인 이성태 전 총재도 MB정부와 갈등의 골이 깊었지만 4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와 금리결정에 대한 사전조율을 끝낸 상황에서 김 총재의 서별관회의 참석이 대외적으로 오해만 일으킬 수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장 일주일 뒤인 11일 금통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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