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력빼가기' 우량기업마저 공멸 우려

대구섬유업계, 신기술 도용 덤핑공세 가격하락 부추겨수출부진 등으로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대구ㆍ경북 섬유업계가 때아닌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일부 업체들이 신기술, 신소재 개발로 불황속에서도 수출에서 호조를 보이는 경쟁사의 고급인력을 빼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급 기술인력 몸값이 치솟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섬유업체들의 경영상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신기술 개발 등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우량 기업마저 공멸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역 섬유업계는 세계적인 불황에다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으로 주력시장인 중동마저 침체에 빠져 수출이 전년도 보다 20%이상 줄어드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기술 개발 등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회사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들은 경쟁업체의 기술자 빼가기 공작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 B사의 경우 고급 화학섬유와 폴리에스터를 접합시키는 기술 개발 덕분에 해외시장에서 인기 높은 원단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원단은 경쟁사보다 수출가격이 4배나 비싼 야드당 14달러선에서 수출될 정도로 효자 상품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최근에는 해외시장 개척 등에 나서기 보다는 핵심 기술인력 지키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장 김모(45)씨는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체들이 회사 핵심기술자 빼내기 위해 거액의 스카우트를 제의해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의 임금을 20% 인상했다"며 "힘들게 개발한 기술 덕분에 이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는데 경쟁사들의 방해가 너무 심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또 K사도 최근 새롭게 개발한 원단제조 기술을 개발했지만 핵심 기술자 1명이 경쟁사에 넘어가 버려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소재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경비를 투자했기 때문에 야드당 10달러 정도 받아야 하지만 기술자를 빼낸 경쟁사의 덤핑으로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게 됐다"며 "일부 양심 없는 기업인 때문에 경쟁력 있는 업체마저 고사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일부 우량 업체들은 지역 섬유업체의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신상품 개발 등으로 수출에 호조를 보이고 있어도 '부도 위기에 빠졌다'는 등 고의로 엄살을 떨며 '불황 속에 호황 감추기'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지역 섬유업계는 일부 업자들의 이 같은 그릇된 행동으로 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을 통한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 마저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통해 섬유의 국제 경쟁력 회복을 모색하는 밀라노프로젝트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구=김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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