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중국개발은행 이사장을 지낸 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에 오른 천위안(사진)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공개적으로 찬양해 중국 신구권력 간 다툼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천 부주석은 11일자 인민일보에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건설에 대한 중대 기여-장쩌민 동지의 금융관리 전자화'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은 '천위안 인민일보에 기고문- 장쩌민의 1993년 연설'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봉황망 등 중국 내 주요 인터넷사이트에 일제히 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기고문에서 천 부주석은 장 전 주석이 금융관리 전자화 정책으로 경제ㆍ금융 발전에 기여했으며 부패억제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찬양했다.
천 부주석의 아버지는 중국 개국 혁명원로인 '중국 8대 원수' 중 한명인 천윈으로 마오쩌뚱과 대장정을 함께 했으며 경제운용 역량이 뛰어나 중국 사회주의 경제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 부주석은 당초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와의 관련설로 구설에 올랐으나 3월 정협에서 부주석이 되며 건재를 과시했다.
혁명원로의 자녀로 구성된 '태자당'에 속하는 천 부주석의 기고에 대해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찬위는 "예삿일이 아니다"라며 "당ㆍ정ㆍ군과 인민에게 국가발전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여전히 장 전 주석의 사상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소식통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권 출범 100여일 만에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연합정권을 구축한 데 대해 장 전 주석의 세력인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관료)이 태자당인 장 전 부주석의 기고를 통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천위안이 9월에 초대 브릭스 개발은행 총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재신망은 이날 천위안을 브릭스 개발은행 총재로 임명하는 인사안이 이미 중국공산당중앙을 통과했으며 천위안도 이 인사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천위안의 후임으로는 후화이방 교통은행 이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