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획일교육 감옥에 SW 창의성 가두겠다는 미래부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SW) 인재양성을 위해 관련 과목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22일 개최될 토론회에서는 2020년 수학능력시험에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는 안을 포함해 세부계획도 밝힐 계획이다. 어떻게든 박근혜 정부 공약인 창조경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미래부의 고심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벌써부터 학생들이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관련내용을 달달 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출발부터 잘못됐다. SW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를 붙여야 하지만 대학진학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판치는 교육현장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논리력과 창의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 같은 것만 배울 게 뻔한데 무슨 창조가 나오고 인재가 나올까. 빌 게이츠는 교과서가 아니라 학부모들이 학교에 갖다 놓은 컴퓨터로 SW 천재라는 평을 얻었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운 곳도 학교가 아닌 차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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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전담교사가 태부족인 현실에서 학생들이 SW를 배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다녀야 한다. 재미는 사라지고 부담만 남게 될 판이다.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더 문제다. 고급인력은 부족하지만 초급인력은 남아도는 게 국내 SW시장의 현실이다. 수요창출이 없으면 청년실업자만 늘릴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난항을 겪고 있는 SW마이스터고 선정에 힘을 기울이는 편이 나아 보인다.

SW라는 영역은 가장 창조적인 곳이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과 도전이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설문에서 개발자 중 누구도 초중등 정규 교과과정이나 수능과목 지정을 SW 인재양성의 조건으로 꼽지 않은 이유다. "창의인재 양성과 SW언어 습득은 별개의 문제"라는 어느 국책연구원의 지적을 한귀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획일성의 사육장에 갇힌 창조는 결코 혁신의 모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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