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군 기강 해이 따지기 전에

북한군 병사가 철책선을 넘어 귀순한 과정에서 우리 군이 전혀 몰랐다는 사실 때문에 논란이다. 아무리 귀순 의사가 있었다 해도 북한 병사가 막사 출입문을 노크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비판은 철책이 속수무책으로 뚫렸다는 점, 즉 일선 군인의 기강 해이에 집중되고 있다. 정권 말기에 군이 전체적으로 기강이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모든 군을 싸잡아 비난해서 나아지는 건 없다.


"(병력 수에 비해) 워낙 구역이 넓고 해안 경계도 해야 되니 몰래 들락날락하면 방법이 없다." "일반전초(GOP) 경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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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22사단에서 복무한 예비역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여러 경험담 중 일부다.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 수십명이 그 넓은 철책을 완벽히 지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이들의 경험담은 결국 경계의 열악한 상황을 만드는 취약한 경계 구조가 문제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병사들과 하위 간부들에게만 이른바 '군기가 빠졌다'고 비난할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강 해이를 지적하고자 한다면 거짓 보고 체계도 지적하는 게 바람직하다. 폐쇄회로(CC)TV를 보고 북한군 병사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허위 보고하고 일선 사단에서 고쳐 보고했음에도 합참 작전처가 묵살한 점 등 이른바 구조적 기강 해이다. 게다가 소초 CCTV가 이 병사가 철책선을 뚫은 시각부터 소초 막사에 진입할 때까지만 녹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언뜻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 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또 하위직 장병들만 한동안 피해를 보는 악순환만 계속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늦게라도 철책과 소초 외곽을 경계하는 CCTV를 확대하는 등 최전방 경계 대책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예비역들은 이번에도 그저 전방 부대 일선 장병들만 중징계하고 근무 분위기만 강하게 잡는 게 아니냐고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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