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戰雲고조… 헤지펀드 기승

3월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거의 임박했다는 긴박감이 뉴욕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폭풍우가 오기 전에 메뚜기 떼가 뛰듯이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헤지펀드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가는 오를 것 같지 않고, 수익을 내자니, 숏세일(공매도)이 최고다. 연기금, 뮤추얼펀드들도 헤지펀드의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는 3년째 터진 적자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헤지펀드의 숏세일이 판을 칠 때, 주가는 급등과 급락장세를 반복하며 추세적으로 하락 장세를 연출한다. 전쟁을 이유로 한 헤지펀드가 10억 달러씩 돌려대며 매도할 때 다른 기관들도 메뚜기처럼 달려들어 주식을 팔았다가 살 때는 가능성도 없는 사담 후세인 망명설을 퍼뜨려 회복한다. 전형적인 `트레이더 장`(trader`s market)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앞으로 3~4년은 증시에서 손을 떼겠다고 떠나는 마당에 꾼들만 남아서 시장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의 화두는 전쟁이다. 굵직한 경제지표도 발표되고, 기업 수익도 관심이지만, 이러한 경제 뉴스는 전쟁 뉴스에 종속되는 부수적 가치판단의 재료로 선택될 뿐이다. 월가는 전쟁이 일어날 것인지 여부보다는 미국이 얼마나 국제적인 지지를 얻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7일 한스 블릭스 유엔무기사찰 위원장이 유엔에 또 보고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블릭스의 발언이 국제적 의견 조율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블릭스가 더 이상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보유 증거를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게다가 유엔이 규정 사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없애라고 한 요구를 이라크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미사일을 파기하고 있다. 상황은 미국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라크 공격의 북쪽 루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던 터키가 의회의 반대로 미 지상군의 주둔을 허용치 않기로 아랍 연맹 회의도 미국의 공격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프랑스에 이어 공식적으로 이라크 공격을 반대해 오는 14일께로 예상되는 안보리 2차 결의안 투표에서 미국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은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91년 걸프전째 보내준 편지에서 “지도자는 반대가 많더라도 옳은 일이라면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되새기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5영업일동안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6%, 나스닥 지수 0.8%, S&P 500 지수는 0.9% 하락했다. 앞서 2주간의 짧은 상승기를 마치고 뉴욕 증시도 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블루칩 지수는 1월과 2월 모두 하락했고, 나스닥은 연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안한 전시 경제=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이번 전쟁은 91년 걸프전보다 어렵고, 미국의 전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에 근접해 걸프전 때의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걸프전때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했다지만 곧 3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베네주엘라 사태가 겹친데다 사우디가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이 적어 40달러 이상의 고유가 시대가 상당히 오래 갈 전망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증권시장에 악재들로 쌓여 전쟁이 터지면 곧바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종전의 가설을 무위로 돌려놓고 있다. 이번 주에는 공급관리연구소(ISM)의 2월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 2월 노동시장 동향 등 굵직한 경제 지표들이 발표된다. ◇분기 수익예고의 계절= 1ㆍ4분기 마지막달에 접어들면서 상장기업들이 분기수익을 발표하기 앞서 투자자들에게 미리 수익을 알려주는 이른바 워닝시즌(warning season)이 돌아오고 있다. 오는 6일 인텔이 수익예고(pre-announcement)를 잡아놓고 있고, 엑슨-모빌,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 자일링스, 퍼스트 데이터 등이 애널리스트 모임을 갖는다. 이외에도 갑자기 수익을 예고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상황이 없어도 증시 사람들이 겁을 먹는 계절이다. 특히 인텔의 1ㆍ4분기 수익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에 메릴린치의 조 오샤, 모건 스탠리의 마크 에델스톤, 리먼브러더스의 대니얼 나일스등 월가의 저명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이 인텔의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했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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