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권력의 權威와 민주주의

유필우<국회의원·열린우리당>

며칠 전 인천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필자도 봄이 오는 느낌을 만끽하며 상쾌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운전자가 차량운행을 통제하던 간부급 경찰에게 “교통통제로 약속에 늦게 됐다”면서 욕설을 퍼부으며 떼를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교통통제 사실은 행사 전에 이미 고지됐고 통제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항의는 누가봐도 정당성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물론 바쁜 운전자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공공의 질서에 반해 자기 입장만을 강변하는 모습 속에서 초라해진 공권력의 위상에 가슴이 답답했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마저 일부 시민들에 의해 외면당하는 사례가 잦아 안타깝다. 정통성을 지닌 민주정부에서 공권력의 권위가 이렇게 서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그런데도 일부 국민들은 왜 공권력을 무시하려 드는 것일까. 아마도 일제시대에서 시작해 독재정권시대를 거치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서 연유를 찾을 수 있다. 정부정책과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며 공권력을 부정하거나 무시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여러 선례들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권력이 바로 설 때 우리의 자유와 시장경제질서도 지킬 수 있다. 공권력은 공공의 안녕을 꾀하고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더 이상 공권력이 훼손되는 풍토가 지속돼서는 안된다. 공권력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들의 삶의 현장을 발로 뛰며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직자의 도덕성ㆍ청렴성, 행정의 투명성을 더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공권력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제도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 이것들이 합쳐져 공권력의 권위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당한 공권력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하여 엄정한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공권력 남용은 철저히 경계해야 하겠지만 공권력에 대한 불법 도전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부 여론을 의식해 정당한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한다면 나라의 기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미래 한국의 청사진도 정부와 국민이 신뢰받는 공권력을 함께 만들어가고 실천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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