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텔, NTT도코모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참여한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올해 하반기 출시된다. 타이젠 애플리케이션 등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중심의 모바일 OS 지형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타이젠 연합회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만든 타이젠폰을 일본 NTT도코모와 프랑스 오랑주텔레콤이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레드릭 드푸알 오랑주텔레콤 디바이스 총괄은 "강력한 앱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젠연합회는 또 이날 새로운 개발자 도구인 '타이젠2.0'을 배포했다. 기존 타이젠 OS버전에다 블루투스, 근거리무선통신(NFC), 달력, 통화내역 등과 관련된 기능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타이젠'에는 모바일 운영체제(OS)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의 패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하드웨어 거인'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시대의 강자로 부상하면서 단순한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타이젠 개발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이미 한 차례 모바일 OS 시장에 진출했다는 공통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독자 OS '바다'를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PC 시대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인텔도 같은 해 노키아와 함께 개발한 독자 OS '미고'를 선보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타이젠은 모바일 OS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양사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타이젠협회에 이름을 올린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역시 타이젠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은 애플과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야심차게 출범한 '글로벌앱스토어(WAC)'를 선보였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파나소닉, NEC, 후지쯔 등 일본 하드웨어 제조사가 타이젠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모바일 시대의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 IT기업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타이젠의 성공 여부는 OS 자체의 성능 못지 않게 애플리케이션 장터로 대표되는 콘텐츠 경쟁력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당장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의 방대한 콘텐츠를 따라잡을 수는 없더라도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핵심 콘텐츠를 조기에 선보여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전 세계 주요 업체가 포진한 타이젠협회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얼마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느냐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이젠은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어 막강한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어 구글, 애플에 이은 제3의 모바일 OS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다"며 "각 회원사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구글과 애플의 공세를 극복해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