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급 신도시 지정돼도 큰 영향 없어요. 잠잠합니다. 외부에서 보는 거랑 많이 달라요.”
1일 건설교통부가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한 화성시 청계리와 영천리 일대. 동탄신도시와 중부고속도로를 사이로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한창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동탄신도시와는 다르게 논과 밭ㆍ임야가 대부분이다. 간선도로를 따라 대형 아웃렛 매장과 주유소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TV화면으로 생중계된 이용섭 건교부 장관의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유심히 지켜보던 청계리 D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끊긴 지 오래”라며 “분당급 신도시 발표로 각종 규제가 더 강화될 텐데 전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투기과열지구와 2005년 동탄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투기수요를 완전히 차단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차분하다. 여기에 두달 전부터 동탄이 유력한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영천리 T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오늘 평소보다 문의전화는 2배 정도 늘었다”며 “외지에서 호기심에 매물 문의전화는 많이 오지만 각종 규제로 외지인은 매수하기도 어렵고 매물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차량번호판을 단 차를 타고 중년여성 두명이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매물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매물이 없어 거래도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의 부동산 시세도 가늠하기 어렵다. 영천리와 청계리 일대 논밭과 농가주택의 평당가는 100만~300만원선이며 도로와 인접한 곳의 상가건물이나 농가주택의 경우 평당 1,000만원까지 시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현재 시세라고 볼 수는 없다. 청계리 F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곳은 동탄 1기 신도시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그동안 규제가 심해 거래가 안됐다”며 “지금은 매물도 거의 없고 규제도 심해 개발 이후에도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급 신도시가 들어설 영천리와 청계리 일대 주민들도 ‘분당급 신도시’를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영천리에서 30여년째 ‘함바집’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8)씨는 “여기 어르신들은 개발한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나고 자란 곳을 버리고 이사가라고 하니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통체증을 이유로 분당급 신도시 건설을 꺼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영천리에 거주하면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S씨는 “출퇴근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가끔은 평일 낮에도 경부고속도로일대 교통체증이 심하다”며 “도로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분당급 신도시로 개발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