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주고… 받고… 술 '한 잔'에 病을 나눠요?

■ 메르스 등 바이러스 감염 막는 생활 수칙, 이것만은 꼭!


술잔 돌리기 메르스 감염 확률 낮지만 A형간염·위염 등 세균성 질환 가능성

개인 접시·컵 쓰고 악수도 자제를


임신부·만성질환자는 가급적 문병 말고 손잡이 등 접촉 많은 물건 매일 소독해야


중소제약사의 영업부장인 최경석(48·가명)씨는 최근 회식자리에서 술잔 돌리기를 제안했다가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옆에 있던 김 과장이 "부장님은 메르스 걱정도 안 하세요. 거래처 사람들과 악수도 잘 안 하는데…, 술잔을 돌리자니요?"라고 쏘아붙였다. 다른 직원들도 모두 고개를 끄떡이며 김 과장 말에 동의하자 최 부장은 할 수 없이 술잔 돌리기를 포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바이러스 감염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식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바이러스가 술잔 돌리기나 악수, 국 같이 먹기 등의 식습관 등으로 인해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메르스 확산세가 심각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위생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술잔 돌리기로 인해 메르스가 감염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는 환자의 비말, 즉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할 때 나오는 미세한 물방울로 주로 감염이 된다"며 "물에 의해 감염될 수 있는 수인성 감염병인 A형간염처럼 술잔 돌리기로 인해 감염될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가급적 각자의 잔으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술잔을 돌리거나 국을 같이 먹는 등 타액이 섞여 감염될 확률이 높은 대표적인 바이러스나 세균성 질환으로는 A형간염과 헬리코박터로 인한 위염을 꼽을 수 있다.


특히 A형 간염의 경우 30대 이하 젊은 층은 항체 보유율이 낮아 쉽게 감염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다행히 A형간염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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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의 경우 주로 구강에서 구강으로, 또 분변에서 구강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술잔 돌리기나 국이나 찌개를 함께 떠먹는 행위 등은 헬리코박터균의 충분한 전파 경로가 될 수 있는 만큼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에는 가급적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돌려 마신 술잔을 휴지로 닦거나 물에 한 번 담갔다가 돌리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위험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각종 구강 감염균이나 수인성 감염균의 경우 알코올 소독을 해도 잘 죽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전파를 위해서는 악수하는 것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땀을 통해 바이러스가 배출되지는 않지만 기침을 하다가 분비물이 묻은 손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병원 내 감염이다. 병원 내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가 입원했을 때 우르르 몰려가는 한국인 특유의 문병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메르스대책위원장은 좁은 병실과 응급실에 많은 사람들이 문병을 가서 인사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한국인만의 문병문화를 병원 내 감염을 확산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대학병원들이 뒤늦게 일반병실의 면회시간과 인원을 제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병실 면회시간 제한은 권고사항으로 있기는 했으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급적 지킬 수 있도록 환자분들께 안내하고 있다"며 "병실 입구마다 손 소독제를 비치해 철저한 개인위생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임신부도 메르스에 감염돼 큰 문제가 되고 있듯이 면역력이 떨어진 임신부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가급적 면회를 자제하되 꼭 필요한 경우 마스크 등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감염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집안에서의 위생수칙 준수도 중요하다. 가정 내 격리환자의 경우 물컵과 수건 등을 가족과 따로 쓰게 돼 있는데 격리환자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이 같은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자가격리 권고안에 따르면 환자가 있는 가정의 식탁·손잡이·변기·전화기·키보드·태블릿 PC 등의 접촉이 많은 표면을 매일 닦아주고 소독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돼 있다"며 "메르스 자가격리자 외 일반인들도 이 같은 위생수칙을 준수하면 평소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침과 함께 수많은 미생물이 배출되는데 평균 2m에서 최대 6m까지 주변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기침이나 재채기시 손으로 입을 가릴 경우 손에 다량의 바이러스나 세균이 묻을 수 있다. 따라서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면 사람이 없는 쪽으로 몸을 돌린 후 소매로 입을 가리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침 후에는 비누로 손을 씻거나 알코올 손 소독제로 닦는 등 기침 에티켓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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