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韓, 증권시장 통한 자금조달 中 4분의 1 수준도 못미쳐"

자본시장법 토론회<br>김화진 서울대 교수 '기업금융 개혁'<br>회사채 유형 제한 등 규제 많아 증시 자금조달은 0.78%에 그쳐<br>국내 자본시장 저변 확대 위해 연기금·펀드 주주권 활성화 중요

김화진 서울대 교수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중국ㆍ일본 등 주요국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는 13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정책 토론회에서 '상장기업의 재무ㆍ주주총회 내실화 등을 통한 기업금융 개혁'이라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법상 국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재무 수단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회사채 유형에 제한이 없고 워런트(Warrant)도 독립발행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상장 기업은 상법ㆍ자본시장법 등에서 정한 형태의 유가증권만 발행할 수 있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가총액 대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은 0.7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도(7.21%), 홍콩(4.04%), 중국(3.57%) 등과 비교할 때 4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증여 등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이 CBㆍBW 등을 발행할 때 일반 공모 대신 주주배정 방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 경우 실권주 처리 과정에서 편법적인 수단이 남용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들의 2010년 유상증자 현황을 보면 제3자 또는 주주배정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약 8조6,000억원 수준에 달해 전체의 84.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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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또 "예탁결제원의 중립적 의사결정(Shadow Votingㆍ섀도보팅) 제도가 장기간 존속하면서 경영진이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섀도보팅을 이용한 상위 30개사 중 20개사가 상장폐지 또는 거래정지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주인수선택권증권과 조건부자본증권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자금조달 수단은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며 "이는 그동안 자금조달에 애를 먹었던 중소ㆍ중견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주인수선택권증권이란 미리 정한 가격에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증권으로 기존에는 CBㆍBW처럼 채권과 결합하지 않고 인수권만 독립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것이며 조건부자본증권은 회사채 발행 당시 미리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증권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도입은 BW 등이 대주주의 증여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기존의 자본시장법에서는 분리형BW가 악용돼 최대주주와 기관투자가는 이익을 봤지만 정작 발행회사는 일반사채보다 높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하게 돼 손해를 봤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처리돼 분리형BW의 발행이 금지될 경우 투명한 자금조달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주주배정 후 실권주의 임의처리를 제한하고 저가 발행시 신주인수권증서 발행을 의무화하게 되면서 최대주주에 대한 특혜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주주총회의 내실화 가능성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펀드 등 집합투자업자의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에서 운용자의 충실의무가 명시되고 오는 2015년 예탁결제원의 섀도보팅 제도를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자본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연기금ㆍ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관투자가의 주주권행사가 활성화되면서 상장기업의 주주총회가 내실 있게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섀도보팅과 관련해서는 "1991년 주주총회 성립을 지원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의 섀도보팅이 과도기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존치 이유를 상실한 만큼 폐지되는 것이 당연하며 전자투표제 등을 통한 소액주주의 의결권 강화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금융(IB)의 발전을 위해 캐나다처럼 자산운용 규제강화와 자본구조 건전성 규제, 효과적인 금융감독의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하며 주제발표를 마쳤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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