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모습뒤 수익 쥐꼬리
[위기! 인터넷쇼핑몰](상) 枯死직전 사이버장터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갖춘 A사. 이 회사는 올해 초 자본금 20억원에 30여명의 인력을 갖추고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했다가 최근 사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朴모 사장은 『오프라인의 노하우를 살려보고 싶었으나 매달 수십억원씩 쌓여가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사이버공간에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쇼핑몰 사이트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규모있는 업체들까지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3년째를 맞은 지금, 겉모습만 화려한 우리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현주소다.
3,000여개 쇼핑몰이 들어서 시장규모 1조원으로 몸집을 키웠다지만 정작 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 외형성장에만 치우친 출혈경쟁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불충분한 인프라로 인해 매출은 늘어도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들의 불신까지 덧붙여져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8월 1,700여개 인터넷 쇼핑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매출 100만원 미만이 27%나 되고 500만원 이하가 절반을 훨씬 넘고 있다. 단 몇푼의 수익을 내는 업체는 3% 내외에 그치고 있다.
한창 잘 나간다는 대기업 쇼핑몰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올 상반기 중 지난해보다 2∼3배의 외형증가세를 보였지만 적자폭은 좀체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도 불분명한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그룹들은 쇼핑몰을 계속 끌고갈지조차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익은 물론 매출액조차 한껏 부풀려져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물어보는 것을 금기사항으로 여길 정도.
이를 반영,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는 요즘 매물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인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중소 쇼핑몰 업체로부터 한주에 평균 3건 이상의 인수제의가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닷컴도 최근 2개월새 10여개 업체로부터 인수 및 지분참여 제의를 받아놓은 상태다.
매물에는 중견 쇼핑몰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매도 희망가격도 액면가이거나 기껏해야 두배 정도의 프리미엄에 거래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쇼핑몰 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과도한 가격경쟁 탓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평균 마진폭은 5∼10%에 머물러 있으며 일부에서는 덤핑행위까지 공공연히 일삼고 있다.
특히 사이버시장의 주력제품인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의 경우 경쟁이 집중되는 바람에 물건을 많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조재근 인터넷쇼핑몰협회(KISMA) 부회장은 『인터넷 쇼핑몰 업계가 출혈경쟁에 휘말려 생존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적정마진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시장선점을 위해 1년 매출액과 맞먹는 자금을 광고에 쏟아붓는 등 벤처기업들의 전시성 투자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소 쇼핑몰 업체 사장은 『모두가 미래를 보고 투자에 나섰지만 언제쯤 좋아질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상범기자
입력시간 2000/10/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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