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터뷰] 나베하스 멕시코 아나왁대학 교수

"멕시코 독점보장 정책이 NAFTA 효과 반감"<br>정경유착 통해 정부보호 받는 기업만 수혜<br>세이프가드 조항 없어 농업시장은 피해<br>산업구조 고도화로 내재적 가치 향상해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국경을 맞대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고 해서 저절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통해 국가의 내재적 가치를 끌어올려야만 멕시코의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멕시코 명문 사립 대학인 아나왁대학의 프랜시스코 아로 나베하스(45ㆍ국제경제학) 교수는 "멕시코는 90년대 중반부터 개방정책을 도입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좋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국가 역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독과점 체제를 보장한 산업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개방정책의 효과가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나베하스 교수는 중도 소장파 경제학자이지만 멕시코 경제의 독과점 구조와 정경 유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남미 학자로서는 비교적 이른 편인 90년대 초반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등 동아시아전문가로도 통한다. 그를 멕시코시티 중심에 위치한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만났다. -NAFTA에 대한 평가는. ▦상품과 투자분야는 만족스럽다. 수출과 외국인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글로벌 기준이 멕시코에 도입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94년 NAFTA발효 이전 멕시코 경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이 사실상 없었다. 부정적 영향으로는 멕시코 농업 시장의 피해를 꼽을 수 있다. 당시에는 긴급수입규제(세이프가드)조항이 없었던 것은 크나큰 협상 실패다. -왜 세이프가드가 없었나. ▦당시 살리나스 대통령은 임기 전에 NAFTA를 매듭짓는데 급급했다. 중장기적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산업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업체는 이득을 봤으나 내부적인 경쟁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대외 개방은 내부 경쟁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멕시코는 그렇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은 거대 기업들만 수혜를 입었다. -NAFTA 체결 이후 산업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가.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장기적 대처가 부족했고, 정경 유착과 부패가 산업경쟁력에 발목을 잡았다. 살리나스 대통령 이후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됐는데, 민영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독점체제를 보장 받았다. 민영화 목적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데 있는데도 불행히도 멕시코는 그렇지 못했다. 세계적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이 소유한 텔멕스도 민영화 기업이지만 당시 매각 금액이 얼마인지, 매각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모른다는 점은 멕시코의 불행이다. 한국은 70년대 강력한 산업보호정책을 펼치면서 수출 진흥으로 연결했다. 수출로 자본을 축적한 한국 대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탄탄한 중소기업과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했으나 멕시코는 이런 관계가 없었다. -자체적인 산업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 멕시코 엘리트층은 국제적 흐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펑펑 쏟아지는 석유에 너무 의존했고, 멕시코는 거의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노력해 수출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또 정치인들은 민간기업에 독점을 보장해주고 이득을 챙겼고,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보다는 정경유착에 더 매달렸다. 정부로부터 보호 받은 기업들은 별다른 노력이 없이 큰 돈을 벌었다. -중국의 도약이 멕시코경제 위협요소라는 지적이 있는데. ▦중국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90년대 중반까지 해도 중국보다 멕시코가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산 제품은 멕시코와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선다. 멕시코가 미국에 수출하던 섬유와 완구ㆍ신발 등의 분야는 설 땅을 잃었다. 최근에는 가전 제품 등 고가부가가치 제품까지 밀려오고 있다. 멕시코가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 3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만 너무 싸기 때문에 보호관세가 효과가 없을 지경이다. 중국산과 멕시코 제품간 가격차이가 워낙 심해 미국산으로 원산지가 둔갑하기도 하고 밀수까지 기승을 부린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은 정부에 대해 더 많은 보호 정책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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