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남북 부모·자식 간 친자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명이 "남한에서 사망한 남성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인정해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 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 위임 과정에서 북한 국가보위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원고 본인들에게 특별히 불이익이 된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면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부모ㆍ자식의 관계를 법적으로 확인 받고자 하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되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원고 대리인의 소송 대리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들의 모발과 손톱 샘플 등 친자임을 인정할 수 있는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원고가 고인이 된 윤모씨의 친생자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한국전쟁 당시 윤씨와 함께 월남한 장녀 A씨 등이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을 상대로 상속권 분쟁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북한 평안남도 출신 의사인 윤씨는 1933년 북한에서 김모씨와 결혼해 A씨 등 2남4녀를 뒀으나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A씨만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윤씨는 1959년 남한에서 권모씨와 다시 결혼해 2남2녀를 낳았고 서울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
1987년 윤씨가 사망하자 A씨는 선교사를 통해 북한에 남겨졌던 동생들을 찾았고 부친의 사망 사실을 알린 후 친자확인ㆍ상속권 회복 청구 위임을 받아낸 뒤 2009년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A씨는 "선친이 남한의 이복형제·자매와 새어머니 등에게 남긴 재산이 100억대에 이른다"며 유산을 나눠달라는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기도 했다.
친생자 확인 소송과 관련해 1·2심 재판부는 재판관할권과 A씨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고 "손톱과 모발 표본으로 유전자를 감정한 결과 북한에 있는 윤씨 등 4명이 고인의 친자녀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들이 제기한 상속 분쟁은 2011년 7월 부동산 일부와 현금을 나눠 받는 선에서 조정이 성립돼 재판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