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 관련 주무 부서인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의 최종구 국장실. 탁자 위에는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일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사진) 전 재무성 차관의 글귀가 붙어 있다. 제목은 ‘이기는 개입-시장과의 전쟁’. 최 국장은 물론 국제금융국 직원들이 금과옥조로 삼고 시장이나 언론의 비판 때마다 들여다보며 중심을 잡는다고 한다.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외환당국의 최고 수장들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재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근본 시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은 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필요할 때는 소극적이 아닌 강력한 개입으로 시장을 이겨야 한다’는 게 골자다. 사카키바라는 이 글에서 “(나에 대해) 시장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때로 폭력적’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며 “가령 외환딜러들에게 환율 변동은 비즈니스 재료지만 그 배후에는 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썼던 개입 방법에 ‘강경하다’는 비난도 있는데 이전과 같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시장의 먹잇감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일단 개입하면 시장이 감히 외환당국에 대항할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 사카키바라는 이어 “현재 시장과 대화는 전쟁(싸움)이 되고 있고 온갖 정보를 사용해 싸우는 정보전”이라며 “내가 ‘이기는 개입’이라고 불리는 강한 개입 방법을 택한 것도 그만큼 시장과 싸움이 극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카키바라는 지난 1995년 대장성 국제금융국장 시절 당시 엔화 가치가 달러당 79엔까지 오르자 강도 높은 시장 개입으로 96년 말 123엔까지 끌어내린 인물. 95년 한해 동안 시장 개입액만 4조7,000억엔에 이르렀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시장 근본주의’를 비판하며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