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총 상위 20社중 60%나 전망 축소

美·등 글로벌 경기둔화도 국내기업에 걸림돌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우려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천장을 모르고 끝없이 올라가는 동안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나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대외변수는 철저히 무시됐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선이 다변화됐고 유가상승에 대한 리스크 헤지가 잘돼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어보니 환율과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수출기업의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전문가들이 부랴부랴 기업들의 올해 이익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올해 이익, 예상보다 크게 밑돌 가능성 높아=국내 기업들의 전체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의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폭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증권이 이익전망을 하향한 주요 기업을 살펴보면 국민은행ㆍ현대차ㆍLG필립스LCDㆍSK텔레콤ㆍLG전자ㆍSKㆍ기아차 등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 중 무려 12개에 달하는 기업이 속해 있다. 금융업종의 경우 대손충당금 규정이 변경되면서 대손비용 증가분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나머지 주요 수출ㆍ제조업의 경우 환율 하락 등에 의한 실적 악화가 주원인이다. 박천식 현대증권 계량분석팀장은 “각 업종을 담당하는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기업들이 지난해 4ㆍ4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될 경우 추가적인 이익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특히 실적 규모가 큰 대기업 쪽에서 추가적인 이익전망 감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환율이 기업 잡는다=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환율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원화가치가 1% 절상될 때마다 한국 증시의 주당순이익(EPS)은 0.8% 감소하고 특히 제조업 부문의 EPS는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의 4ㆍ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현대차가 2005년 1조6,80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조3,841억원 달성에 그쳤다. 현대증권은 이에 따라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당초 2조1,461억원으로 예상했다가 최근 이보다 19.99% 낮은 1조7,17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EPS 증가율 전망치도 9.35% 낮췄다. 기아차 역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당초 5,603억원에서 4,543억원으로 18.92% 하향 조정됐다. 골드만삭스증권도 올해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을 14%로 예상했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950원으로 하락할 경우 증가율은 10%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갈 경우 순이익 증가율은 4%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둔화도 걸림돌=국내 기업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ㆍ중국 등의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수출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12월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제조업지수 등도 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어 국내 수출 증가율 모멘텀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기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 이익전망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당초 S&P500 기업의 지난해 4ㆍ4분기 EPS 증가율이 16.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1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시장의 전망치에 비해 기업 이익이 낮게 나온 것은 2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미국 기업들의 예상 EPS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 실적 추이의 동행성을 감안한다면 미국 기업들의 이 같은 이익전망 하향 조정은 국내 기업 이익전망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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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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