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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인전집 번역 맡은 김정환씨 "전집, 시인의 작품세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


"위대한 시인들이 근대라는 시대적 환경을 시적 감수성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는지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집입니다. 개별 시인의 차별성을 찾는 데 주력해온 우리 문단이 전집을 통해 시인의 전 생애에 걸친 고민과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본질적으로 작품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계시인전집(문학동네 펴냄)의 기획 및 번역을 맡은 김정환(59∙사진) 시인은 29일 '필립 라킨 시전집' 발간에 맞춰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집은 시인이 태어나 자라면서 겪은 다양한 환경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만큼 시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22년 영국에서 태어난 라킨은 10대 중반부터 W.H.오든과 T.S.엘리엇의 작품을 모델로 삼아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대학 1학년 때 시인으로 등단했다. 2008년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의 가장 위대한 전후 작가'에 조지 오웰을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엘리엇에 이은 20세기 영국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시 전집에는 그의 대표작 '북쪽으로 가는 배'를 포함해 '덜 속은 사람들' '성령강림절 결혼식들' '높은 창문들' 등 4권의 시집과 시집으로 엮이지는 않았지만 영국인이 애송하는 작품을 묶었다.


김 시인은 "최근 우리 문단은 '시의 르네상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시인들이 다양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의 근대적 감수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다"며 "근대를 풍미한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집 작업은 후배 시인 및 시인 지망생들에게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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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작품의 번역과정에 오류와 이를 그대로 차용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영미권의 시 번역은 그런 대로 괜찮지만 영미권에서 유럽이나 라틴∙아랍 등 다른 언어권으로 번역한 작품은 오역과 인위적인 생략 등이 많이 발견된다"며 "시는 행 하나, 단어 하나라도 잘못 번역되면 시심(詩心)이 왜곡되는 만큼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1년 말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으로 시작된 '문학동네 세계시인전집'은 이번에 두 번째로 '필립 라킨 시전집'을 출간했으며 안나 아흐마토바,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조지 세페리스, 세사르 바예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근대 시인 12명의 전집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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