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는 회복세, 그러나 고용부진,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은 여전히 불안.'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의 핵심은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 요청을 받고 4개월여간의 작업 끝에 나온 이번 보고서는 지난 1년간 국내 및 대외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위험요인과 정책대응에 대해 대외 부문과 금융ㆍ부동산은 물론 저출산ㆍ고령화 등 인구 문제까지 모든 분야를 분석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재정부는 "거시경제 불안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사전에 진단ㆍ평가하고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을 줄여가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보고서 발간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이번 경제위기를 비교적 잘 헤쳐왔지만 각 경제 부문별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음을 밝혔다. ◇우리 경제 부실 가능성 여전=정부는 "국내외 충격 발생시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거나 외화유동성 사정이 악화돼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불안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부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우리 경제체제 특성상 한국 경제의 상시적인 위험 가능성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과 외환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각각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최근 유입된 외국인 투자 중 차익거래 목적 자금이 있어 상황 변화에 따라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향후 경제ㆍ금융 여건이 개선될 경우 외채 조달 유인이 커져 단기외채가 급상승할 우려도 지적됐다. 단기외채와 관련, 보고서는 "지난 2006~2007년 중 단기외채 중심의 자본유입구조 변화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외화유동성 악화와 환율급변동의 원인이 됐다"며 과거 외채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80.5%로 글로벌 위기 당시에 비해서는 개선됐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고용 문제, 향후 국내 경제 뇌관=이번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고용 부문이다. 상반기 높은 실업률과 낮은 고용률이 유지되기는 했지만 강력한 구조조정은 없었던 탓에 외국에 비해 대량실업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잠복해 있을 뿐 언제라도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하반기 이후 워크아웃ㆍ퇴출ㆍ법정관리 등에 따른 인력감축 발생 가능성 등 고용불안 요인이 있다"며 고용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조했다. 여기에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문제 등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할 소지가 산적해 있어 언제든지 고용 문제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구조적 실업' 발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업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구직의욕이 줄어들고 교육ㆍ훈련 부족으로 재고용 가능성이 감소하는 구조적 실업 및 노동시장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