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산림자원의 보고인 가리왕산 대신 영월 만항재를 활강경기장 예정지로 제안했지만 강원도청은 "만항재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제안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영월 만항재에서도 국제 규격의 활강경기장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조사돼 관련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단체, 강원대 환경연구원 등이 측량기관 '지오씨앤아이'를 통해 영월 만항재에서 6곳의 코스를 설정해 정밀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5곳은 국제스키연맹(FIS)의 기준에 맞는 표고차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김휘중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강원도는 만항재의 표고차가 788m라서 국제 규격인 800m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했지만 측량 결과 대부분 코스의 표고차가 최소 830m인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만항재의 슬로프 방향이 남사면이라 일조 영향을 많이 받고 눈이 쉽게 녹는 등의 눈의 질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스피드 경기에서는 도착 지점이 잘 보이는 것이 안전 등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해가 빨리지는 북사면보다 남사면이 유리하다"며 "일본 나가노 활강스키장도 슬로프가 남서 방향으로 위치했다"고 말했다.
평창 선수촌에서 105㎞ 떨어져 이동이 불편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 선수촌과 거리는 89㎞로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할 경우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반면 강원도 측은 여전히 활강스키장 예정지로 가리왕산 외 대안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원영 강원도청 시설지원과 계장은 "스키 코스 설계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능선의 모습만 가지고 코스를 그리고 있지만 실제 설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며칠 전 FIS 기술위원과 함께 만항재를 다시 방문했지만 현재 지형상 FIS가 요구하는 수준의 코스를 만들기에 부적절하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환경단체와 도청 간에 가리왕산 보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커 해당 논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한 관계자는 "가리왕산은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산"이라며 "최근 미기록 나비 5개종이 발견되는 등 아직도 미발견된 생물자원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며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원도 측은 "대한민국 산 중에 이 정도 식생을 보유하지 않은 산은 없다"며 "또 스키슬로프로 훼손되는 보호림은 23만8,000㎡ 규모로 전체 보호림 240만㎡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